지난해 선불카드 사용액 2010년도 5분의 1수준

포인트 적립 및 할인 혜택 없어 고객 유인 부족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선불카드가 지급결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선불카드는 포인트 적립 및 할인 혜택이 없어 고객 유인이 부족하고 카드사 입장에서도 선불카드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어 마케팅에 소극적인 탓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계 카드사 8곳의 선불카드 이용실적은 42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2010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지만 선불카드가 가장 활성화 됐던 2010년과 비교해보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선불카드 이용실적 상승은 비씨카드가 견인했다. 비씨카드의 지난해 선불카드 이용액은 1067억원으로 전년보다 292.27% 증가했다. 하나카드와 삼성카드도 2016년보다 각각 약 100억원 증가한 456억원, 513억원을 기록한 반면 이외의 카드사들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카드사 관계자는 “법인, 기업 등에서 선불카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이용실적이 증가한 것일 뿐 선불카드가 다시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간편 결제 확대로 선불카드를 대체할 만한 다양한 결제 방식이 등장하고 있어 선불카드는 시장에서 외면 받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선불카드 시장은 2010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당시 2조원이 넘었던 선불카드 이용실적은 2013년 1조원 아래로 줄었다. 이후에도 선불카드는 2015년 4923억원, 2016년 3795억원으로 지속 떨어지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도 선불카드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금융당국은 선불카드 사용액이 빠르게 줄어들자 선불카드로 결제뿐만 아니라 송금, 현금인출까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줬다.

이에 삼성카드는 모바일 앱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충전카드를 출시하고 삼성페이와 연동해 250만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도 신한 판(FAN)앱 내 가맹점 결제뿐 만 아니라 계좌이체, 무통장입금, 포인트 등으로 충전, 송금이 가능한 FAN머니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바일 선불카드도 포인트 적립, 할인혜택이 없어 고객 유입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선불카드는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상품 라인업을 늘려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바일 선불카드는 관련 마케팅도 진행하지 않아 이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선불카드가 다시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선불카드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과 같은 부가서비스가 없다. 때문에 고객은 같은 금액을 사용하더라도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선호한다. 또한 발급비용과 인지세, 밴 수수료 등을 따져보면 선불카드는 카드사에게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을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에 선불카드로 카드사가 얻을 수 있는 낙전수입은 거의 없다”며 “선불카드를 찾는 고객이 있어 현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활성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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