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적립금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운용 효율성의 문 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적립금 규모는 168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운용수익률은 연1.88%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도입 당시 기업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는 계약형 단일 지배구조를 채택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제도 개선 논의 및 TDF 시장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퇴직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비롯된 제도적 특성과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조달 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전체 적립금의 88.1%(148.3조원)가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으로만 운용되고 있으며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확정기여형(DC) 가입자의 리밸런싱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운용수익률 및 제도 운영상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 기금형 제도 도입이 포함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법안을 재추진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계약형 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해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금융회사에 일괄 위탁하는 방식으로 모든 업무를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일임한다.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운용관리와 자산관리를 모두 위탁함에 따라 과도한 자사상품 편입, 부실한 자문서비스 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기금형 지배구조에서는 원칙적으로 수탁법인이 운용관리와 자산관리의 주체로 설정되며 자산보관과 자산운용을 동일기관에 위탁하는 것을 금지한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된다면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장기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 도입도 함께 논의됐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의사결정을 지시하지 않더라도 ‘TDF(target date fund)’와 같은 특정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는 방식이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있는 주식, 채권, 현금의 자산구성을 재설정하는 펀드로 초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 은퇴시점이 가까워지면 보수적으로 조정돼 ‘생애주기형펀드(life-cycle fund)’로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2006년 퇴직연금법 개정에서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이후 TDF 시장이 크게 성장했으며 영국과 호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TDF는 우리나라에 2011년 처음 출시됐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연금시장 개선 논의가 활발해진 2016년 이후 본격적으로 TDF 상품이 출시됐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보영 연구원은 “2017년 7월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대상이 근로자 및 퇴직자에서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되면서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중 TDF 유입액이 급증했다”며 “2017년 12월 TDF의 순유입액은 전월대비 87% 증가했으며 2018년 3월말 기준 7개 운용사(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 KB, 한화, 신한BNPP, 한화UBS)의 TDF 펀드수는 380개, 설정액은 1조 58억원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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