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4명이 외부 고위 관료출신

“장기전략 유지할 내부 CEO 육성 필요”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도 관료 출신으로 내정됐다. 

농협금융 출범 이후 선임된 5명의 회장 가운데 4명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이는 곧 농협금융의 전통으로까지 비춰지는 모양새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출범한 농협금융의 한계로 인한 불가항력의 인사라는 의견과 함께, 장기 금융전략 수립을 위해 내부 CEO 양성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김 후보자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현업 업무와 금융지주 경영진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고위 관료 출신 인사”라며 “그동안 임명된 농협금융의 외부 출신 회장들처럼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의 관료 출신 선임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2012년 초대 회장으로 내부출신인 신충식 전 회장이 선임된 이후 농협금융 회장은 줄곧 관료 출신이 독점해왔다. 

2대인 신동규 전 회장은 14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쳤으며, 3대 임종룡 전 회장도 행정고시 이후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맡은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4대 김용환 회장도 23회 행정고시 합격 후 금융감독위윈회 감독정책2국 국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였다. 

농협금융의 관료 출신 CEO 선임은 경쟁 금융지주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KB금융 등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내부출신 금융지주 CEO의 선임을 체계화했으며 순혈주의 특색을 강화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은 모두 은행 및 금융지주 실무에서 수십년이 넘는 경력을 쌓아온 내부 출신이다. 이 같은 민간 금융지주의 내부출신 회장의 선임은 장기 관점의 금융전략 추진, CEO 승계 리스크 최소화 등의 장점이 바탕이 돼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 입김에 의해 CEO가 바뀌면서 일어나는 폐단을 막고,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전략을 가져가기 위해 민간 금융지주는 대부분 내부 출신 CEO 선임을 선호하고 있다”며 “다만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당시의 지원으로 인해, 정부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CEO 인사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임종룡 전 회장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성장을 이루고, 김용환 회장은 빅베스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관료 출신이 현재까지 농협금융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다만 장기 관점에서 금융지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 출신 CEO의 체계적 육성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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