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디지털신사업팀 정규식 차장

비가 오는 날 우버 택시를 타면 택시비가 바로 지급되는 보험 상품이 있다. 미국의 보험사인 레인보우(RAINVOW)는 “기상채널에서 검증된 눈이나 비가 왔다는 사실”과 “보험계약자가 우버택시를 탄다”는 조건 두 개만 성립하면 보험금을 자동 지급한다.

보험계약자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직접 기상조건을 증명하거나 택시 영수증을 챙겨서 보험사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기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된다. 즉 보험계약자는 계약 이후 보험금 청구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이 보험업에 가져올 혁신이다.

국내에서도 보험과 블록체인의 결합이 현실화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스마트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이다.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19개 생명보험사가 참여, 블록체인을 통해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올해 말 실제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 보험금 청구시스템 이용자가 병원 원무과에 진료비를 수납하면 교보생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연결되는 문자를 받는다.

앱에서 지문인증(FIDO)으로 본인 확인 및 개인정보 처리 동의 과정을 거치면 보험료 청구가 완료된다.

교보생명 디지털신사업부 정규식 차장은 “가입자, 보험사, 의료기관이 함께 블록체인에 본인인증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라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복잡한 신청과 증명서 확보 과정이 대폭 개선된다”고 말했다.

병원을 통해 보험금 자동청구가 가능한 보험금 범위는 100만원 이하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전체 보험금 청구 건 가운데 87%(102만건)가 100만원 이하였다는 점을 미뤄볼 때 상당수의 보험금 청구가 간편하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삼육서울병원, 상계 백병원, 빈센트성모병원 세 곳과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참여병원을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본 사업에 돌입하는 만큼 곧 일반 고객들도 자동청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생명보험협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스마트 보험금 자동청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내년까지 약 400개의 병원에서 100만원 이하의 소액 보험금을 자동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손해보험사까지 참여할 경우 3년 내 약 600개의 병원에서 보험금 자동청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공제사인 우체국보험도 사업 참여를 조율하고 있다.

정 차장은 “2020년까지 전국 3000개의 2·3차 병원 가운데 약 20%에서 자동청구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올해에는 지문인증을 통해 보험사에 의무기록 사본을 팩스로 보내던 키오스크 업체도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에 참여한다. 앞으로 병원 키오스크에 지문인증만 하면 병원 원무과에 방문해 제증명 서류를 발급받지 않고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이 보험 산업에 가져다 줄 긍정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정 차장은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블록체인 기반 보험서비스”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확장되면 비교적 단순한 보험 상품의 보험금 자동지급까지 가능해진다. 보험금 청구부터 지급까지 보험 산업의 신뢰도 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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