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000억 규모…삼성·현대·DB 등 참여 ‘저울질’
저가수주 전망에 코리안리 참여 불투명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4000억원 규모의 관용 헬기보험 수주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사마다 복잡한 셈법이 오가고 있다.

지난해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가 외국의 재보험사 보험료를 사용, 사실상 덤핑된 가격에 헬기보험을 따내면서 올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간 보험료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양경찰청은 지난 19일 항공기 총 24대(헬기 18대, 비행기 6대)에 대한 항공보험 가입 입찰 공고를 냈다.

해양경찰청이 정한 보험가입금액은 총 3905억844만원이다. 예산(해양경찰청 추정 단가)은 41억9030만원으로 책정됐다.

보험사들은 항공보험을 따내기 위해 최대 42억원 내에서 보험료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정부 입찰은 해당 기관에서 책정한 추정 단가 이상의 입찰가를 써내기 어렵다. 예산 문제로 더 이상의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찰에서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다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항공보험 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입찰 마감일이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만큼 보험사별로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항공보험 입찰에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3사가 각자 다른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DB손보가 타사 대비 낮은 입찰가액을 내면서 최종 인수하게 됐다.

DB손보는 로이즈 신디케이트를 활용해 코리안리보다 더 낮은 금액의 보험료를 제출하면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항간에는 로이즈 신디케이트 내 중동 재보험사가 코리안리 대비 낮은 보험료를 써내 계약을 따냈다는 후문도 있어왔다.

이전까지 항공보험 입찰은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요율을 받아 손해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대로 물량을 인수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는 코리안리의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DB손보는 지난해 헬기보험 수주 이후 함께 입찰 경쟁에 참여했던 코리안리에게도 항공보험의 일부를 나눠가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코리안리는 어딘지 알 수 없는 해외 재보험사가 책정한 보험료를 신뢰할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한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리안리 입장에서는 이번 헬기보험 입찰에 참여하고픈 생각이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DB손보의 재보험사가 제시한 보험료마저 위험하다며 거절했는데 올해 입찰에 더 낮은 보험료를 들고 나올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코리안리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해 지면서 국내 보험사들은 항공보험을 따내기 위해 DB손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해외 재보험사를 찾아야 하는 셈이 됐다.

이 경우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능력이 부족하거나 보험료 산정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된 해외 재보험사의 보험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해양경찰청 입장에서는 경쟁 입찰로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덤핑 수주를 유도할수록 보험사들은 부실 재보험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보험료를 받지 못한 계약은 사고 시 보험금 지급에도 문제가 생긴다. 매해 보험사끼리 항공보험을 두고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리안리 등 국내외 재보험사는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보험료를 결정하고 보험금 지급의무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항공보험 등 보험가액이 큰 경우 재보험사 없이는 보험사 혼자 보험금 지급의무를 떠안기 어렵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국내외 여러 재보험사들과 보험금 지급의무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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