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더랩 김경수 소장

청와대는 지난 2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트코인과 가상통화 거래, 블록체인 기술이 밀접한 연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가상통화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규제하는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 박상기 법무부장관이나 금융위원회의 발표 이후 다양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연구와 분석을 한 끝에 나온 입장 발표로 보인다.

블록체인의 증명시스템과 암호화폐 보상 및 가치 상승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점은 정부가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신중하게 이 시장에 접근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능형 금융범죄와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 규제는 강화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정책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 또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있어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입출금과 관련된 사안은 은행이 알아서 하라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은행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모럴해저드와 보안리스크를 떠안고 가기엔 전체적인 이슈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반대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은행이 망설이는 틈을 타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가상통화’, ‘가상화폐’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이슈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안철수 대표와 채이배 의원, 하태경 의원이 앞장서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미래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갑자기 당이 갈라지며 적극적이었던 행보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기회를 잘 살린 것이 자유한국당이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진보적이며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에 부정적인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무너진 지지율로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쉽지 않아 20~30대 암호화폐 투자자 300만명의 젊은 청년들을 타켓으로 지지율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다양한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얼굴을 비추고 암호화폐, 블록체인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민주당과 정부의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변수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블록체인 마케팅이 큰 변수가 되어버린 지금, 정부가 규제안을 확정 짓거나 가상통화 과세 등의 발언을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대중들의 분노를 살 경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의 이러한 여러 가지 수 싸움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규제 발표는 6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6월 14일 서울에서 G20 회원국을 대상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된 금융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대한민국의 지방선거일 바로 다음날이다.

블록체인은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싸움 속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시장의 흐름과 세계의 변화 속도는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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