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위성호 은행장 공통된 인식, 더 큰 성장 위한 소통 강조

일방통행 ‘리어왕’의 몰락, 자기주장 강조한 리더십 한계 노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오이디푸스만큼 자신만만했지만 자신을 알지 못했기에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 있다.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희곡에 담아낸 잉글랜드 왕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했고, 그래서 자신의 세 딸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물었던 문제적 인물, ‘리어왕’이다. 희곡의 배경은 통일된 브리튼 섬으로 프랑스의 왕과 부르고뉴의 공작까지 리어왕의 막내딸에게 청혼하기 위해 왕국을 방문한 상황이다. 그래서 <리어왕>의 1막 1장은 리어의 왕국에 대한 지배력은 물론 외교력까지 강력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인 리어는 자신의 막내딸 코딜리어에게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게 되자 절대 권력에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마지막으로 발휘한다. 이 순간에도 그는 그 권력 행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땅과 권력 모두를 첫째와 둘째딸에게 준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봐 온 리어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자기집착적인 지도자 ‘리어’는 결국 셋째 딸의 파문은 물론 충언하는 켄트 백작에게마저 “명령에 복종하라”, “한 번도 내 결정을 번복한 적이 없다”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왕국에서의 추방을 명령한다. 1막1장에서 왕이 보여주는 모습은 소통 없는 일방통행들 뿐이다. 

스스로 소통을 포기한 왕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역사에서 너무도 자주 봐왔다. 두 딸로부터 버림 받아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리어는 “궁핍이란 이상한 힘이 있어 천한 것을 귀하게 여기게 하는구나”라고 어릿광대에게 말한다. 비로소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끼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알렌 블룸은 자신의 저서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에서 에이브라함 링컨의 연설 대목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도력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정치제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영속성을 제공하는 일이다. 만일 정치제도가 최선의 것이라면 그것을 영속화한다는 것은 정치가의 모든 과업 중 가장 어려운 과업일 뿐만 아니라 또한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블룸은 리어왕을 설명하기 위해 링컨의 이야기를 끌어들였다. 영속성을 포기한 리더십은 바로 권력의 공백과 레임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의 메시지는 소통이다. 일방적인 주장이 낳는 파국이 어떠한지 셰익스피어는 1606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잉글랜드의 왕 제임스1세 앞에서 이 연극을 통해 보여준다. 

은행은 물론 금융회사의 CEO들 중 소통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전국의 지점을 돌면서 직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의견을 청취하는 일정이 다반사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최근 인터뷰 기사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열심히 하되 성급하지 말자”며 “경영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직원을 만나고 노조와의 대화도 자주한다고 말한다. <리어왕>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있는 것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는 나쁜 전략이 아닌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식을 설계하는 좋은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며 “좋은 전략의 전제조건은 소통”이라고 최근 행사에서 말한 바 있다.

지도자가 자신의 리더십을 영속적으로 발휘하고, 좋은 전략을 수립해서 기업의 목표를 향해 전체 조직원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소통’이라는 것이다. 치장되어 있는 절대권력에 눈 먼 리어왕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해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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