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전년대비 반값에 낙찰
제살깍기 경쟁에 부실계약 우려 가중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메리츠화재가 지난해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해양경찰청 항공보험(헬기보험) 입찰을 따냈다.

해양경찰청 항공보험은 매해 적자를 기록하는 악성 물건으로 통한다. 정부 물건을 따내기 위한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양경찰청이 지난달 공고한 2018년 항공보험 입찰에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보험료 17억8377만원을 써내며 가장 낮은 금액으로 최종 입찰을 따냈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19억5900만원, DB손보는 23억9985만원 등이다.

올해 항공보험 가입을 위해 해양경찰청이 공고한 추정 단가(예상 보험료)는 41억9030만원이다. 보험사마다 해양경찰청 예산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가격을 써내 경쟁한 셈이다.

보험업계는 이번에 보험사들이 제시한 항공보험료가 적정 보험료를 크게 위협하는 덤핑 수주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동부화재(현 DB손보)는 39억9571만원을 최종 투찰금액으로 제시해 항공보험 물건을 따냈다.

지난해 공고된 해경 항공보험 물건의 항공기는 총 24대(헬기 18대, 비행기 6대), 조종사는 106명으로 올해와 다르지 않다. 보험료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험가입금액과 자기부담금도 3905억844만원, 기체보험가의 5%로 전혀 늘지 않았다.

즉 해양경찰청이 전년도와 똑같은 입찰 공고를 냈음에도 보험료만 ‘반값’이 된 것이다.

항공보험이 만성 적자 물건이란 점도 이번 입찰이 덤핑 수주라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해양경찰청 항공보험의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은 10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원을 거둬도 100원 이상의 보험금이 나간다는 의미다.

입찰을 따낸 메리츠화재의 경우 보험요율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재보험사를 끼고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입찰에 함께한 재보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항공보험은 보험가입금액이 크고 사고 시 거액의 보험금이 발생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부담을 나누기 위해 ‘보험사의 보험’인 재보험에 가입한다. 보험료는 재보험사(재보험자요율)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DB손보는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요율 대신 해외 재보험사인 로이즈 신디케이트 내 보험사의 요율을 사용, 코리안리 요율을 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을 제치고 입찰을 따낸 바 있다.

당시 DB손보는 덤핑 수주 의혹을 받을 정도로 외국 재보험사 선정에 대한 잡음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요율검증 작업을 나서는 등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 참여보험사 관계자는 “해양경찰청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 추후 헬기보험 영업에 활용하고자 보험사들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드는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부터 덤핑 수준의 입찰경쟁이 이어지면서 부실계약이 우려되는 수준까지 왔다. 이 상태로는 향후 누구도 인수하고 싶지 않은 물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의 관용 헬기보험의 보험료가 너무 비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DB손보의 재보험 인수를 거절한 코리안리마저 현대해상, KB손보와 올해 헬기보험 입찰에 참석하면서 덤핑 수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관용 헬기 보험은 재작년까지 보험사들이 같은 가격으로 참여해 시장 점유율대로 물량을 인수하는 구조였다. 모두 코리안리의 요율만 사용하다보니 가격이 동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작년까지 코리안리가 제시했던 보험료 수준이 너무 높았다는 의미가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헬기보험 입찰에 참여한 보험사 4곳 모두 작년 대비 절반의 가격을 써냈다는 것만 봐도 그간 보험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헬기보험의 손해율이 나쁘다고 알려졌지만 4개년의 손해율 추이를 살펴볼 때 상당히 양호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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