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부모와 성인자녀 부양비로 소득 20% 지출
같은 해 태어난 사람의 절반이 85세까지 생존

고령의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성인자녀를 함께 부양하는 ‘더블케어(Double Care)’ 비용이 5060세대의 노후를 잠식하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국내 만 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은퇴 라이프 트렌드’ 조사 결과 한국 5060세대 3가구 중 1가구가 노부모 부양과 성인자녀 지원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이른바 더블케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케어의 가장 큰 부담은 소득의 일정 부분이 고정비용으로 계속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성인 자녀와 노부모의 생활비로 지출되는 돈은 월평균 118만원 정도로 조사 대상 가구소득 평균의 20%에 달한다. 이 정도의 금액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정작 본인들의 노후 생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블케어 비용은 가구의 소득이 적을수록 타격이 더 커지는데 소득 상위 20%(평균 소득 913만원)의 더블케어 비용은 148만원으로 소득 대비 더블케어 비용은 16%를 차지한다. 반면 소득 하위 20%(평균 소득 325만원)의 더블케어 비용은 92만원으로 더블케어 비용 자체는 적지만 소득 대비 비율은 28%가 넘는다.

더블케어 현상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수명 연장 때문이다.

현재 5060세대의 부모 세대가 50~60세였을 때는 부모 부양 문제가 큰 이슈가 아니었다. 1990년 당시 기대수명은 71.7세으로 그 시기의 5060세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가 흔했고 부양 부담을 겪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실제 1990년 85세를 맞이한 사람은 약 2만명 정도로 약 20%만이 85세까지 생존할 수 있었으며 1990년에 90세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전체의 8.8%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5060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2016년 기대수명은 82.4세로 과거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으며, 2016년 85세 노인은 10만명 중 5만명으로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 중 50%가 생존해 있었다. 90세의 경우도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 중 30% 정도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수명이 길어졌음에도 현재 5060세대의 부모들은 공적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시작됐기 때문에 당시 50세가 훌쩍 넘었던 이 세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고,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하는 노령연금 지급현황을 봐도 80세 이상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4%에 불과하다.

더블케어 현상의 두번째 원인은 성인 자녀의 늦은 독립 때문이다.

1990년대의 경제성장률은 9.8%, 청년실업률은 5.5%에 불과했으며 본인이 노력만 하면 지금보다 쉽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5060세대 자녀들에겐 취업 문턱이 너무 높다. 2017년 경제성장률은 3.1%로 완연한 저성장기로 2016년 기준 청년실업률은 9.8%에 달하며 지난해 1분기 말엔 11.3%까지 올랐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5060세대의 어깨를 누르는 더블케어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6년 기대수명은 82.4세이지만 병 없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연령인 건강수명은 65세 정도로 부모님의 생활비 지원에 간병비 부담까지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0대의 경우 직장에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60대는 이미 직장에서 퇴직한 경우가 많다. 수명 연장과 저성장이라는 거시적 환경 변화가 개인들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특히 부모님 간병비 문제의 경우 아프시기 전에 대안을 생각해놓지 않는다면 가정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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