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800km도 마다않고 더 좋은 방법 찾아 나선 타고난 장인

지역 술 범주 벗어나 ‘꽃이 핀다’로 프리미엄 막걸리시장 노크

▲ 이창남 대표가 최근 출시한 알코올 도수 11도의 프리미엄 막걸리 ‘꽃이핀다’. 막걸리 뒤로 다랭이마을의 지붕들과 남해 앞바다가 보인다. <제공 : 이창남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도가의 유일한 소망은 좋은 술맛을 내는 것이다. 술맛이 평판이고, 그 평판이 술도가 출입문의 문턱 높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술을 즐기는 애주가들은 술의 산미(신맛)와 감미(단맛)가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혀 있는 술을 좋아한다. 감치듯이 입안에 들어와 목을 넘어가면서 알코올의 쓰고 단단한 맛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술맛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찾았다 해도 매번 이런 술맛을 내기도 어려운 일이다. 날씨와 재료, 그리고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변하는 것이 발효주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간 5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경남 남해도의 끝에 다락논으로 유명한 다랭이 마을이 있다. 해안 쪽으로 난 비탈을 논으로 만든 사람들의 삶의 의지와 주변 경치가 한 몸처럼 느껴지는 곳.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음식점과 술도가 면허를 같이 가지고 있는 집이 몇 있다. 그 중 건강한 먹거리의 관점에서 음식과 술을 내는 다랭이팜농부맛집(대표 이창남)이 있다. 주인장이 직접 우리밀 누룩과 유기농 쌀로 술을 빚는 곳이다.

이창남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봄의 일이다. 기자가 직접 막걸리 빚는 법을 배우기 위해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막걸리 교육기관인 막걸리학교(현재는 남산 명동역 근처)에 등록을 했는데, 그곳에서 왕복 800km도 마다 않고 올라온 이 대표를 만난 것이다. 이미 드라이한(달지 않은) 술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랭이팜생막걸리는 유명세를 얻고 있었고, 무감미료 막걸리의 건강한 이미지 덕에 서울의 일부 막걸리 전문점에서 술을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초급자나 와야 할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렸으니, 완전 ‘초보자’인 기자의 눈엔 생경한 그림일 뿐. 그런데 그 의문은 수업이 시작되자 바로 풀렸다. 좋은 재료로 자신만의 술맛을 내고 있었지만, 좀 더 풍부한 맛을 찾아 이론을 보태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막걸리학교에 이어 전주 술테마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까지 먼 길의 고단함을 자처하며 자신만의 술을 완성시켜갔다. 습관적으로 빚어오던 술에 이론을 더하고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술빚기 방법을 보태면서 이 대표의 술은 맛과 향은 물론, 종류까지 다양해졌다. 

이 대표가 이처럼 술맛에 집착한 까닭은 다랭이팜의 막걸리가 단지 남해도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만 팔리는 지역 막걸리로 머물러 있지 않고, 다랭이마을을 찾는 도회지 여행객은 물론 건강한 술맛을 원하는 도시의 애주가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 경남 남해도 끝자락에 위치한 다랭이마을. 이 곳에서 감미료를 넣지 않은 건강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이창남 대표의 술도가(다랭이팜영농조합)가 있다. 사진은 양조장 전경.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대표는 누룩을 하루 동안 물에 풀어 필요한 성분만 빼서 사용하는 ‘물누룩(수국)’을 채택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술의 향기는 더욱 강화되면서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누룩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술맛은 더욱 풍부해지게 되고 목넘김도 좋아지게 된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다랭이팜의 라인업을 알코올 도수 6도의 생막걸리 3형제(생, 유자, 흑미)에서 알코올 도수 11도의 ‘1130’과 치자를 넣어 술의 빛깔을 취한 ‘꽃이 핀다’등의 프리미엄막걸리까지 확대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출시한 ‘1130’과 ‘꽃이 핀다’는 알코올 도수 6도의 생막걸리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강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 만큼 발효향이 더욱 풍부해지고 곡물 자체의 단맛도 강해지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이창남 대표가 만드는 술의 특징은 ‘건강함’이다. 우선 재료가 건강하다. 유기농 쌀과 우리밀 누룩, 그리고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와 기능성 쌀로 각광 받는 흑미 등 모두 국내산과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고집한다. 그리고 술의 단맛과 여타 막걸리처럼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가 아니라 곡식이 가진 천연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그래서 그는 인공의 재료와 타협하지 않는 외곬의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꽃이 핀다’의 스파클링 버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타고난 그의 장인 정신 덕에 그의 새 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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