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미끼로 다른 보험상품 추천…묶어 팔면 추가 인센티브 지급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인센티브(시책)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보험상품과 묶어 팔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지한 ‘실손보험 끼워팔기’가 한 달 만에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독립법인대리점(GA) 보험 판매자들에게 ‘유병자 실손보험 세트판매’ 시책을 내걸었다.

병이 있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실손보험인 유병자 실손보험과 암보험, 운전자보험, 간편심사보험 중 각 1개를 함께 팔면 보험계약자가 첫 번째 내는 월납입보험료의 절반(50%)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험상품을 5만원 이상 판매할 경우 내건 기본시상(200%)과 함께 적용된다. 예를 들어 월납보험료 10만원짜리 암보험을 팔 경우 20만원이 지급되지만 월납보험료 6만원짜리 암보험과 4만원짜리 유병자실손보험을 동시에 팔면 30만원이 판매자에게 지급된다.

시책이란 보험사가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보너스다. 보험사들은 판매에 비중을 두고자하는 상품에 더 많은 시책을 부여한다.

보험사와 독립된 판매조직인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해야 하지만 보험사들은 시책 조절로 GA가 보험사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팔도록 유도한다.

단독형 실손보험에 시책이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험료는 저렴한데 나가는 보험금은 많은 대표적인 적자 상품이다 보니 그간 보험사들이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를 꺼려온 영향이다.

현대해상 외에도 메리츠화재가 이달 1주차부터 시책 지급을 위한 월납보험료 합산기준에 단독형 실손보험을 포함시켰다. 이달 3주차부터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까지 상위 손보사 모두가 실손보험 시책 지급에 돌입했다.

손해보험 상위사들이 모두 실손보험 시책 지급에 나서면서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금지한 실손보험 끼워 팔기 관행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고 모든 실손보험 상품을 단독상품으로 분리·판매하도록 규정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미끼로 여러 보험상품을 끼워 파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도 도입 한 달 만에 보험사들이 시책을 빌미로 다시 끼워 팔기를 유도하고 나선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은 설계사의 권유가 보험 가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정보 비대칭 산업”이라며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엮어서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설계사의 판매 방향은 끼워 팔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끼워 팔기 금지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점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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