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기술의 결합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진전돼왔다. 1960년대의 신용카드, 1970~1980년대의 ATM와 폰뱅킹, 1990년대의 인터넷뱅킹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양측에 큰 편익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과 금융서비스의 결합이 만들어낸 최근의 핀테크 현상은 그 범위와 속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행해져 온 금융규제에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본지는 2부에 걸쳐 금융산업에 혁신과 변화를 불러일으킨 핀테크의 시스템 위험 가능성(1부)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응방안(2부)을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P2P네트워크와 알고리즘’ 시장 충격 폭증시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없다.

핀테크가 빠르게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초고속 인터넷 접근이 보편화되고 실시간 거래가 일상화되며 편리성, 속도, 비용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증가했고 핀테크 기술이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핀테크와 시스템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핀테크는 이제 단순히 실리콘밸리나 월스트리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런던, 중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핀테크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시스템 위험의 개연성도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스템의 목적은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금의 효율적 배분은 정상적인 경제시스템 작동에 필수요소이며 정부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규제’라는 형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왔다.

금융규제의 초점은 시스템 위험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는 데 있다. ‘시스템 위험’이란 금융시스템의 한 영역에서 발생한 충격이 다른 영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파급경로가 복잡하며 정보비대칭 정도가 심할수록 시스템 위험성은 높아진다.

금융시스템의 부정적인 충격은 대규모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소규모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핀테크 기업은 대형 금융회사에 비해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할 유인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핀테크 기업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고 특정 서비스에 집중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소규모의 혁신적인 사업모형을 채택해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은 핀테크 기업의 성공 요인이 되었지만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시적으로 노출된 해킹의 위험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시스템 또한 시장에 부정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 충격을 확산시키는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해커의 공격으로 투자펀드인 DAO가 보유한 5천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이 탈취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불과 한 시간 만에 이더리움 가격이 38%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핀테크 기업 내에서 많은 투자자문과 투자결정이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지는데 시장이 극심한 혼란기에 처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만약 핀테크 자산운용사들이 활용하는 거래 알고리즘이 유사한 논리로 작성돼 군집행동을 일으킨다면 시스템 위험의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진다.

◆고품질 규제 어려워…자율규제 마련에 초점 맞춰야

핀테크는 산업이 가진 기술적 특성으로 금융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금융시스템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에 일정한 규제가 가해져야 하지만 전세계 금융당국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분산화∙분권화된 핀테크 규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P2P플랫폼의 분산화된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 등 핀테크의 분권적 특징은 효과적인 모니터링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경우 규제당국에서 규제를 하려고 해도 최초 설계자의 실존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비트코인이 가진 익명성으로 모든 거래자를 규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또한 현재 상당수의 핀테크 기업이 규제당국의 관할에서 벗어나 있으며 핀테크 기업 활동의 대부분은 정보공개대상이 아니다.

경제주체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행위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핀테크처럼 모니터링 대상자 수가 많고 대상자의 행위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을 때 규제를 통한 시스템 위험 관리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핀테크 기업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시스템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겠지만 핀테크 영역의 협력은 전통 금융업이 비해 자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핀테크의 경우 개별 기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시스템 위험을 축소함으로써 발생하는 편익의 아주 작은 부분만 얻게 됨에 따라 시스템 위험을 축소하기 위한 협력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규모의 한계로 인해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하기보다는 기업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될 것이다.  

금융서비스의 제공 수단으로서 핀테크의 확산은 금융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인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박 교수는 “최근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핀테크 영역의 기술적 특성상 감독당국이 자체적으로 고품질의 규제감독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핀테크 서비스 공급자들이 산업 전체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자율규제를 금융당국이 존중하는 자세를 통해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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