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기술의 결합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진전돼왔다. 1960년대의 신용카드, 1970~1980년대의 ATM와 폰뱅킹, 1990년대의 인터넷뱅킹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양측에 큰 편익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과 금융서비스의 결합이 만들어낸 최근의 핀테크 현상은 그 범위와 속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행해져 온 금융규제에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본지는 2부에 걸쳐 금융산업에 혁신과 변화를 불러일으킨 핀테크의 시스템 위험 가능성(1부)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응방안(2부)을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적절한 사전∙사후 규제 통해 충격 경로 제한해야

최근 몇 년간 전세계를 휩쓴 핀테크 열기는 시장의 급성장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이해와 적절한 규제체계 구축은 금융당국의 큰 과제가 되고 있다.

고도의 신축성과 빠른 변화를 가진 핀테크 산업의 특성상 핀테크 기업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규제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정보제공을 확대한다 해도 근본적인 위험 요인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연구들에 따르면 시스템 위험을 축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시가 가지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 해도 시장 참가자나 규제당국이 이를 처리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정보를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행정적 편의를 이유로 신속하게 행동을 교정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경제학부 박창균 교수는 “공시 강화를 포함한 정보제공 확대만으로는 핀테크와 관련된 시스템 위험 축소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며 “핀테크에 대한 규제의 강도는 핀테크 영역에서 발생한 충격이 금융시장의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충분히 강력한 수준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별 핀테크 기업의 충격이 다른 금융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가해진 충격이 다른 기업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제한하는 규제 방식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간 충격이 전이되는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매에 나설 경우 예측 가능한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당국은 해당 업계에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와 유사한 장치를 알고리즘에 포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또 가상화폐 거래의 시스템 장애를 방지하고 투자자의 군집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및 블록체인 개발사에 청산과정의 신뢰성과 분산원장의 정확성을 확보하도록 사전에 명확한 규제방침을 세울 수 있다.

사후적 규제 조치는 일단 충격의 전이가 발생한 후 추가적인 전이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사후적 규제의 대표적인 예는 핀테크 기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다른 금융회사에 전이되지 않도록해당 핀테크 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자극할 수 있지만 핀테크 기업은 대마불사를 걱정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박창균 교수는 “핀테크 기업의 도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지만 그 영향이 경제 전체나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금융회사와 달리 유동성 공급을 통한 구제는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핀테크 기업의 도산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손실에 대한 보험 제공도 충격의 전이를 차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넘는 시스템 위험…국제공조는 필연적 조치

신 산업의 규제는 기업에 과도한 규제순응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으면서 양질의 정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핀테크 산업 규제 설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계 규제당국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율규제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자율규제는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되고 기업이 규제순응을 위해 지출하는 행정비용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그 편익이 명확하다.

잘 설계된 자율규제는 피규제자 스스로 상호 모니터링할 유인을 제공하는데 이를 실현하는 유효한 방법으로 특정 개인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집단 전체에 책임을 묻는 ‘집단제재’를 활용할 수 있다.

집단제재는 산업 전체에 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의 행위를 모니터링 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이 P2P대출 연체율 증가로 산업 전체에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행위는 연체감소를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또 P2P대출업체에 일정 금액을 보험금의 형태로 납부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부실채권 상환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시스템 위험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핀테크 규제는 국경을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핀테크 활동은 특정 개별 국가에 머무는 것이 아닌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걸쳐 수행돼 복잡한 법률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걸쳐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P2P업체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전 세계의 투자자를 연결할 수 있다. 가상화폐는 세계 각국에 산재하는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된다.

만약 규제당국이 자국 내 핀테크 기업에 지나치게 부담이 되는 규제를 가할 경우 핀테크 기업은 규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타국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고, 반대로 핀테크에 우호적인 규제환경이 조성된다면 많은 핀테크 기업을 해당 국가로 유인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각국의 규제당국이 타국에 가져올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규제정책을 설계할 경우 각 국가간 상호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당국 간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시스템 위험은 국경을 넘어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규제당국 간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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