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활황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보유 가구의 고령층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각종 규제 완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2014~2017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매매 가격 상승률은 32.9%, 수도권은 24.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고령층의 주택보유 비중이 늘어난 것은 고령가구가 은퇴 이후 소득창출을 위해 월세주택 매입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전세주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60대 이상 고령층 임대보증금 부채 급증  

최근 몇 년간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전체 주택보유자 가운데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고령가구의 비중은 크게 확대된 반면 여타 연령층의 주택보유율은 감소했다.

고령층의 주택보유 비중은 2012년 27.7%에서 2016년 31.4%로 3.7%포인트 증가했지만 청년층(30대)은 2.3%포인트 축소됐고 중장년층(40~50대)도 1.0%포인트 축소됐다.

눈에 띄는 점은 고령층의 주택보유율은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고령 가구주가 직접 거주하는 거주주택 비율은 증가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이후 국내 전체 가구의 거주주택 보유 비율은 4.0%포인트 상승했지만 고령 가구주가 직접 거주하는 거주주택 비율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반면 2012년 이후 고령층의 월세 임대가구 수는 54.2%나 증가했고(전체 가구 18.7%) 고령 임대가구의 임대보증금 총액도 32.1% 증가했다(전체 가구 14.6%).

고령층이 임대소득을 위한 월세주택 투자와 함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로 전세주택 투자까지 확대하며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보유가 빠르게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체 가계부채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임대보증금 부채의 고령층 집중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추정한 국내 주택 임대보증금 총액은 552조원(2016년)으로 이중 고령층의 임대보증금 부채(189조원)는 전체의 34%에 달한다. 주택관련 부채의 세대별 기여율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임대보증금 부채 증가의 대부분이 고령층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주된 증가요인이 30~40대의 실수요 주택구입 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2016년 사이 오히려 3.0%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은 같은 기간 4.4%포인트 상승했고 금융부채 외에 임대보증금 부채(주택임대가구가 임차가구에 반환해야 할 채무)의 경우 7.5%포인트 상승해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득증빙이 어렵고 금융접근성이 낮은 고령가구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임대보증금을 활용해 주택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 시 부작용 ‘심각’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주택투자 확대 현상이 생애주기 상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시점에 차입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향후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수년간 국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하락하고 있는데(저축률이 상승) 소비성향 하락폭은 고령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주택투자와 차입 확대에 따른 고령가구의 가구당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012년 이후 연간 17.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평균소비성향은 6.2%포인트 감소했다.

우리나라 고령층에서 소비성향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많아지는 일반적인 성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소득이 많은 장년기에 저축을 늘리고 이를 노년기에 소비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이 상승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고령가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득 및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며 “이는 원리금 상환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금융자산 대비 높은 부채비율로 장래 유동성 확보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고령층이 전세 보증금의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택투자(소위 갭투자)를 늘리는 현상은 주택가격 하락 시 임차가구의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전세가격 하락 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깡통주택’은 상대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고령 임대가구에서 더욱 증가할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주택 자산과 부채의 고령층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물자산의 유동화 방안을 보다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고령층이 매각 외에 주택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은 이용대상이 제한된(1주택자,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정책적 주택연금상품이 유일하다”며 “국내 고령가구의 높은 실물자산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실물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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