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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김광수 회장의 수첩 속 메모가 갖는 의미깊은 나락 같은 고난에서 자포자기 않고 자신의 길 찾기 위해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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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3  18: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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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고자장’ 한 대목 되뇌며, 결국 제자리 찾으며 명예회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어부.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더 이상 행운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85일째에도 바다를 향했다. 그리고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데 성공하고 상어들과 며칠 밤낮 동안 사투를 벌인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이야기다. 

베테랑 어부였지만 근 세 달 동안 한 마리의 생선도 잡지 못한 산티아고. 이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에 휩싸이기 십상. 만약 그가 84일째 되는 날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낙심하며 더 이상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그는 다음 날 청새치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84일간은 실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 같은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더 먼 바다로 나간다. 더 깊은 곳을 향하듯 선택한 먼 바다는 불굴의 의지의 실험장이었고, 결국 산티아고는 일상성으로 고난을 극복해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 쓰는 작품마다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헤밍웨이가 2차 대전이 끝나고 10년의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강을 건너 숲속으로>를 발표했을 때, 평단은 이제 헤밍웨이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평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헤밍웨이는 2년 뒤 <노인과 바다>를 발표했고, 이 소설 덕에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마치 85일째 되는 날 청새치를 잡아낸 어부 산티아고처럼 말이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NH농협금융지주의 김광수 신임회장은 자신의 수첩에 빼곡히 적어 놓은 <맹자>의 ‘고자장’이야기를 펼쳤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은 빈곤에 빠뜨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며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성경>의 기록 중에서 문학작품 대접을 받곤 하는 〈욥기〉의 주인공 욥처럼 신(하늘)은 사람들을 고난에 빠뜨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이겨내면서) 담금질을 하게 된다. 더 큰일을 맡기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이겨냈기 때문에 더 큰일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엘리트 경제 관료 생활을 하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 뇌물수수 누명으로 290여 일간 수감생활을 했던 김 회장. 잘나가던 경제 관료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으로 받아들여졌을 죄목이다. 그로 인해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은 깊은 고독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감 생활은 그 자체가 그에게 나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었을 <맹자>의 ‘고자장’의 한 구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에 빠졌을 때 자포자기를 하거나 그 상황에 매몰된 채 정신적 방황을 하게 된다. 84일쯤 고기를 낚지 못한 산티아고나 10여 년 만에 내놓은 소설이 평론가들의 싸늘한 시선에 묻혔어야 했던 헤밍웨이, 그리고 하나하나의 요구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신으로부터 받아 이겨내야 했던 욥의 공통점은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방황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NH농협금융 김회장의 복귀가 갖는 의미는 그의 화려한 비상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믿고 스스로 자존감을 세워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극복해내고 제자리를 찾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NH농협 회장으로서의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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