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문화탐방
[응답하라 우리술 84]물의 중요성 강조하며 맥주 빚는 아산의 ‘브루어리 304’유학시절 맥주 맛 못 잊어 초순수 공장 1층에 양조장 차린 윤용집 대표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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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1  08: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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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술 문화’ 만들기 위해 요즘은 ‘한옥과 재래시장’ 연결에 초점 맞춰

   
▲ 반도체 처리공정에 들어가는 초순수를 만드는 B&H의 윤용집 대표는 미국 유학시절 맛본 맥주 맛을 잊을 수 없어 물에 대한 자신의 기술력을 맥주와 연결하기 위해 브루어리를 2년전에 자신의 공장 1층에 마련했다. 사진은 브루어리 내부 모습. <제공 : 브루어리 304>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농로를 따라 논이 펼쳐지고, 그 끄트머리쯤에 양조장이 있다. 그런데 막걸리를 빚는 곳이 아니라 맥주 양조장이다. 뜬금없다. 그런데 더 그런 것은 이 양조장의 대표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초순수(ultra pure water)를 생산하는 공장(B&H)을 운영하면서 양조장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처리 전문회사의 기술력으로 깨끗한 수질을 이용한 맥주를 제조하면 사업의 이질감이 전혀 없겠다는 생각에 맥주 양조장을 공장 1층에 들였다는 브루어리 304 이야기다.

사실 술에서 물은 가장 기본이다. 좋은 물이 나는 곳에서 좋은 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맥주도 다르지 않다. 맥주의 95%는 물이다. 그래서 수원지에 따라 맥주의 맛도 천차만별이다.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기억되는 황금색의 필스너 맥주는 필젠 지역의 물(연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고, 강렬한 쓴맛을 내는 독일 뮌헨의 맥주는 황산염이 풍부한 그 지역의 물이 이끌어낸 것이란다. 또한 에일의 나라 영국은 버튼온트렌트 지역의 물에 황산칼슘이 함유돼 있어 맥아의 당분이 잘 추출되고 쓴맛도 살려준다. 기네스의 나라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단맛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는 염화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처럼 물과 맥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런 까닭에 B&H(구 범한정수)의 윤용집 대표는 유학 시절에 맛본 맥주를 자신의 정수 기술을 이용해 빚고 싶어 2년 전에 맥주양조장을 만들었다. 특히 윤 대표의 입맛을 사로잡은 맥주는 미국 동부 펍에서 당시 유행했던 엠버 에일. 

그래서일까. 브루어리 304의 맥주 맛은 강하지 않다. 윤 대표가 즐기던 맥주들의 경향성을 이어받은 까닭이다. 추구하는 맥주의 지향점도 정통 미국식 에일 맥주란다. 그런 정신을 가장 많이 담고 개발한 맥주가 브루어리 304의 대표맥주인 ‘플루토’다. 이 맥주는 블론드 에일 계열이며 경쾌한 음용감을 갖고 있다. 매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윤 대표의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 브루어리 304는 상업성을 강조하기 보다 맥주 맛을 강조하는 아티잔 양조장을 지향한다. 연중 생산하는 3가지 스타일의 맥주(사진 왼쪽부터 휴스턴스타우트, 헬렌페일에일, 플루토블론드에일)와 시즌 맥주 3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제공 : 브루어리 304>

그런데 재미있다. 플루토(Pluto). 십여 년 전 태양계에서 제외된 비운의 별, 명왕성이 술 이름이다. 태양계 식구에서는 빠졌지만 그래서 많이들 기억하는 얼음행성의 이미지를 맥주에 담고자한 것이다.

어쩌면 윤 대표는 오늘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플루토에 비유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태양계 행성은 아니지만, 그 경계에 있는 명왕성처럼 국내 술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약하지만 스스로 경계를 구획하면서 자존감을 세우는 모습이 닮은꼴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윤 대표는 브루어리 304를 상업성보다는 맥주의 품질과 장인정신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작지만 강한 양조장인 영국의 ‘커널 양조장’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올해 중에 양조장 이전 계획을 갖고는 있지만, 처음 논 한가운데 양조장을 차린 까닭이기도 하다. 

좋은 술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 술을 찾을 것이고, 특히 자신이 만든 술은 좋은 술 문화의 근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윤 대표는 자신의 양조장에서 ‘수제맥주양조수업’ 및 ‘맥주시음수업’ 등을 열어 맥주를 단순히 마시면 취하는 알코올이 아니라 문화적 콘텐츠로 만드는데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한옥과 맥주, 그리고 맥주와 재래시장’을 주제로 수제맥주를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맥주가 좋아 시작한 브루어리, 상업양조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은 양조장(발효 숙성조 규모 5톤)이지만 생산되는 맥주와 그 맥주에 담긴 윤 대표의 뜻은 국산 수제맥주의 하나의 결로 만들어지기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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