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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우리술 85] 한 땀 한 땀 정성 드리는 술도가 ‘술빚는 전가네’
[응답하라 우리술 85] 한 땀 한 땀 정성 드리는 술도가 ‘술빚는 전가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8.06.1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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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상무, 사이버대학 교수 거쳐 자신만의 일 찾은 전기보 대표

사진 촬영 길에 만난 전통주에 빠져, 술교육 받고 1년 만에 주막 개업

▲ 포천 유명산 산정호수 인근에 위치한 술도가 ‘술빚는 전가네’. 사진은 교보생명 상무와 사이버대 교수를 그만두고 술빚으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다는 전기보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수제’의 세계. 정성이 깃든 만큼 사람들의 애정도 깊어지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술도 다르지 않다. 값싼 원료를 사용해서 기계로 찍어내는 술이 있다면, 모든 공정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수제’의 술도 똑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가치를 점차 인정받으며 시장도 넓어지고 있다. 소규모 주류면허 제도가 생긴 이후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맥주까지 그 폭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존감이다. 자신만의 술, 혹은 가치가 담겨져 있는 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늘면서 생긴 새로운 트렌드다. 이 같은 시장 동향을 제대로 읽고 양조장에서 술 빚는 일을 마다 않고 교수라는 직책까지 포기한 주막 주인이 있다.

교보생명에서 24년간 근무하면서 상무이사까지 역임하고 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금융자산관리학과 학과장을 지내며 ‘행복한 은퇴연구소’를 만들어 방송과 강연을 통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행복 전도사. 그러나 막걸리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난 뒤 스스로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주막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경영학 박사. 막걸리에서 자신의 ‘인생2모작’을 발견한 포천 유명산 자락의 ‘술빚는 전가네’의 전기보 대표의 이야기다.

교수 시절, 사진에 심취해 취미를 넘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던 전 대표는 중국 오지 촬영 길에서 만난 막걸리에서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같이 출사에 나선 동료의 가방에서 꺼내진 3병의 막걸리가 그의 삶을 180도 다른 길로 인도하고 만 것이다. 그 길로 막걸리 교육기관에서 술 공부를 시작한 전 대표는 전통주에서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2014년의 일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해 1월에 술을 배우면서 인생 2모작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해 10월에 주막과 양조장을 설립한 것이다.

▲ ‘술빚는 전가네’는 양조장과 주막을 겸업하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와 소주는 일체 판매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12종류의 술(막걸리, 약주, 소주)과 수제맥주 한 종만 판매한다. 사진은 주막 내부모습.

양조장의 규모는 막걸리와 약주, 소주 3개를 빚는 술도가치곤 매우 작다. 전통주 삼형제를 빚기 위한 지역특산주의 양조장 조건은 45평방미터다. 술빚는 전가네 양조장의 크기는 이것보다 약간 넓은 약 56 평방미터. 전 대표는 그래서 자신이 전국 최소 규모의 양조장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 담겼다. 이유는 술맛이다.

이 작은 양조장에서 빚는 술 종류는 앞서 말했던 세 가지. 하지만 술의 브랜드는 총 12가지다. 막걸리만 4종류다. 자신이 개발한 앉은뱅이 우리밀을 쌀에 넣어 만든 흩임누룩과 이화곡, 그리고 이양주와 삼양주 등, 술을 빚는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술들이다. 소주도 3가지. 야관문이 들어간 알코올 도수 40도의 ‘입술’, 그리고 지초로 붉은 색을 내 홍주로 빚은 ‘사십오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61세 환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두 번 증류해 알코올 도수 61도를 내는 ‘육십일도’ 등, 하나같이 전 대표의 개성을 닮은 듯한 술들이다.

처음 술도가를 낼 때 술공부를 위해 찾아간 양조장 주인들은 모두 양조장 사업을 만류했다고 한다. 몸 축내면서 돈까지 잃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주막의 사장들을 만나면 좋은 술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술을 자신의 주막에서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인생 100세 시대. 전 대표는 교수 시절과 비교하며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수십년을 ‘을’의 입장에서 생활했는데, 그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자신의 주막 이외의 술집에 술을 납품하는 외부 유통은 일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통을 하는 순간 다시 ‘을’의 처지에 빠진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술빚는 전가네’는 유명산 인근에서도 독특한 주막이다. 자신이 만든 술과 수제맥주 한 종을 제외한 나머지 술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포천의 대표 먹거리인 이동갈비도 없다. 간혹 주막이라는 이름에 갈비와 희석식 소주를 찾는 고객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발길을 돌리기도 한단다. 하지만 자신의 술맛을 기억하고 찾아주는 주당들의 발길에 ‘술빚는 전가네’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오늘도 유명산 자락에선 그의 웃음만큼 상큼한 술이 잘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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