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메리츠, 가입나이 늘리자 실적 급상승
4월 어린이보험 가입자 ‘3분의 1’이 성인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서른 살 이하 성인도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DB손해보험이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늘리며 돌풍을 일으키자 다른 보험사들도 속속 가입나이 확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가입나이를 최대 30세까지 늘린 어린이보험 신상품인 ‘아이러브건강보험’을 내놨다.

가입 가능한 나이를 늘리자 실적은 치솟았다. DB손보가 4월 한 달간 벌어들인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는 15억9000만원이다. 전달(6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늘어났다.

4월 한달간 손해보험 상위 5개사(삼성·현대·DB·KB·메리츠)가 벌어들인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 수입은 약 50억원이다. 이 가운데 DB손보가 차지하는 비중만 31.9%에 달한다.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이던 현대해상도 뛰어넘었다. 같은 달 현대해상이 벌어들인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는 13억7000만원으로 전달(30억8000만원)보다 17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달에는 메리츠화재가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최대 30세로 늘리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메리츠화재는 5월 한달간 14억2000만원의 초회보험료 수입을 기록하며 DB손해보험(12억4000만원), 현대해상(11억8000만원)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8세 이상 성인가입자 ‘3분의 1’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가입나이 확대로 어린이보험의 성인 가입 비중도 대폭 늘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월 판매된 DB손보의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 가운데 35% 이상은 18세 이상 성인으로 조사됐다. 4월 이전까지 판매하던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가 20세까지였다는 점을 미뤄볼 때 약 6억원 가량의 신규 매출이 20~30세 가입자에서 발생한 것이다.

같은 달 메리츠화재도 가입나이를 늘리자 초회보험료 수입에서 18세 이상 성인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5.6%까지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10세 미만 어린이(태아 포함)의 가입비중(32.6%)을 웃돈다.

반면 10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여전히 현대해상이 압도적이었다. 4월 현대해상의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 가운데 태아와 10세 미만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7.1%, 30.1%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사실상 인수기준 완화…타 보험사도 고민

통상 어린이보험은 성인보험보다 보장범위가 넓다.

암진단비의 경우 가입시점부터 감액기간이 없거나 소액암이라도 일반암과 동일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뇌출혈, 급성심근경색보다 발병 확률이 높은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도 고액으로 가입할 수 있다.

즉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 확대는 소비자에게 혜택이다. 외부 판매채널인 독립보험대리점(GA)에서도 이러한 점을 적극 활용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보험 판매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 손보사에서도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 확대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방어 측면에서라도 손보사마다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가입나이 확대는 인수기준 완화다. 리스크 측면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