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수료율 0% 이어 100원대 정액제 제안

업계 “수수료 정액제 과도하게 낮아 수용 어려워”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카드사와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교육비 카드납부 서비스 재개를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주장했던 수수료율 0%에서 한발 물러서 100원대의 정액제 적용을 제안했지만 이를 수용하겠다는 카드사가 없어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BC·국민·하나·현대·삼성·롯데·NH농협카드 8곳 카드사와 교육부는 초중고 교육비 카드납부 수수료율을 책정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세종시 교육부청사에서 진행된 수수료율 협상에서 교육부는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수수료율 0%를 제시했지만 카드사는 최소 0.8%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 차이로 수수료율 협상은 결렬됐으며 이후 카드사 8곳과 교육부는 추가로 소집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늦어지면서 당초 6월로 예상됐던 서비스 재개 시기도 8월 이후로 미뤄졌다.

이에 교육부는 수수료율 0%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 카드사에 수수료 정액제를 제안했다. 학부모가 납입하는 교육비에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을 수수료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교육부가 제한한 수수료 정액제 금액은 초등학교 100원, 중학교 130원, 고등학교 150원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제안한 100원대의 정액제로 서비스가 재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수수료 정액제를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현재 영세·중소가맹점이 적용받고 있는 최소 수수료율인 0.8% 이상을 받아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정액제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카드납부 서비스는 없으며, 100원대의 정액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낮아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다.

카드사 관계자는 “교육비 납부금액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수수료 0.8%를 적용하면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8000원인 반면 교육부가 제시한 정액제는 최대 150원이라 수익 차이가 많이 난다”며 “100원대의 수수료 정액제는 밴(VAN)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의 수익성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정액제 제안에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곳은 NH농협카드가 유일하다. 다만 NH농협카드는 다른 카드사들이 정액제 적용에 동의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에만 서비스를 재개하고 단독으로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교육부가 제안한 수수료 정액제를 최종 수용한 것은 아니며 수수료율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만약 다른 카드사들이 수수료 정액제를 거절하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농협카드도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교육부의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법제처 해석에 따라 수수료율을 할인하더라도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 수수료율인 0.8%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공통적인 입장”며 “100원대의 정액제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 탐나는 수익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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