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험사 해외발행 러시에 가산금리 두달새 껑충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이달 말 예정했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보류했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가 이어지면서 가산금리 밴드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중 추진하던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해외 발행을 잠정 보류했다.

계획대로라면 주관사 선정이 끝난 뒤 이달 말에는 발행이 끝나야 했다. 그러나 예상되는 조달금리가 높아지자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서 결정된다. 오늘 기준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는 2.75%다. 금리인상 기조에도 미국의 국고채 금리는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산금리다. 최근 해외 채권시장의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등 발행 조건이 악화되면서 과거보다 금리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판단이다.

특히 한국 보험사들의 해외발행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산금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사전 조사에서 예상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가산금리는 3~4%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달 발행을 가정하면 최소 5년간 약 6~7%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1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할 경우 연간 약 700억원(환헤지 비용 미포함)에 달하는 돈이다. 금리 1~2%포인트 차이에 100억원 단위의 이자비용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교보생명과 동일한 신용등급의 한화생명이 지난 4월 발행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고채 금리(2.70%)에 연 2.00%를 가산한 4.70%였다. 두 달 만에 가산금리만 약 두 배까지 뛴 것이다.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을 획득한 KDB생명도 지난 5월 7.50% 금리(가산금리 4.66%)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DB생명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이 정크 본드였단 점을 미뤄볼 때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받은 교보생명의 현재 가산금리 수준은 매우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FRS17이나 K-ICS 등 오는 2021년 도입되는 새로운 제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높아진 금리를 부담해가며 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적절한 시점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아시아 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은 금리인 3.95%로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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