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8곳, 3월부터 기존 NFC단말기로 시범사업 진행 중

비용분담 두고 의견 엇갈려 추가 단말기 공급 논의 중단돼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카드사 8곳이 참여한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영세가맹점까지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NFC단말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인프라 구축비용을 분담해야 하지만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분담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KB국민‧롯데‧삼성‧신한‧하나‧현대‧비씨‧NH농협)는 한국형 NFC 간편결제 서비스인 ‘저스터치(JUSTOUCH)’ 개발을 마치고 지난 3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NFC 표준규격인 저스터치는 구글의 HCE(Host Card Emulation) 기능을 활용해 휴대폰으로 앱카드를 구동한 뒤 단말기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앞서 여신금융협회와 8개 카드사는 2016년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해 각 카드사마다 다른 NFC 규격을 한 가지로 통일하고 한국형 NFC단말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왔다. 당초 모바일 협의체는 출범한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단말기 무상공급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후 금융당국은 입장을 바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카드사들이 지원금을 분담한다면 여전법 상 리베이트 금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모바일 협의체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약 9만개 수준의 NFC 전용 단말기를 영세, 중소가맹점에 추가 공급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스터치가 영세, 중소 가맹점까지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협의체에 참여한 카드사들이 추가로 공급할 NFC단말기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된 상황에서 200억원이 넘는 단말기 설치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협의체는 NFC단말기 지원금 마련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저스터치 단말기 추가공급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15만원이 넘는 NFC단말기 구입을 꺼리고 있어 활성화를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영세 가맹점에 무상공급 해줘야 한다”며 “이번달부터 저스터치 추가 단말기 보급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몇 십억이 넘는 비용 분담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저스터치 시범사업은 현재 일부 편의점에 이미 공급돼 있는 NFC단말기 ‘동글’을 통해서만 실시되고 있다. 모바일 협의체는 오는 8월 NFC단말기 추가 설치가 필요 없는 대형 편의점의 단말기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오는 8월 추가 NFC단말기 설치 없이 기존 단말기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되는 편의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저스터치 NFC단말기가 보급된다 하더라도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스터치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만 사용이 가능하고 아이폰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저스터치는 해외 NFC 방식인 EMV 규격과 달라 비자, 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 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간편 결제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NFC 결제뿐 아니라 여러 방식의 결제 수단을 구비해놓은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진행해온 사업”이라며 “비용 분담을 통한 추후 단말기 보급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 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