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심사·어린이보험 등 가입 연령 대폭 확대
GA 장악력 강화 목적…보험사 출혈경쟁 예고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DB손해보험이 올 2분기 들어 손해보험사들의 인수기준 완화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외부 판매채널인 독립보험대리점(GA)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금융당국이 GA에 대한 과도한 시책비 집행에 엄포를 놓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이달 중순부터 ‘참좋은간편건강보험’의 최소 가입나이를 40세에서 20세로 대폭 늘린다.

이 상품은 과거 병력이 있거나 고령자라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이다.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재검사 의사소견기록, 2년 이내 질병,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기록, 5년 이내 암진단·입원·수술 기록이 없으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최근 보험사마다 상품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입나이를 30세까지 늘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20세 이후면 바로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은 DB손보가 처음이다.

이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는 GA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가입나이 확대는 일종의 인수기준 완화다. 인수기준을 낮출 경우 GA를 통해 타사에서 받지 않는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다.

이미 DB손보는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늘리며 재미를 봤다. 최대 가입나이를 20세에서 30세로 확대하면서 지난 4월 한달만 초회보험료 수입을 전달 대비 2.5배 이상 늘렸다. 현재는 어린이보험 강자인 현대해상이나 메리츠화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GA채널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전속설계사는 소속 회사의 어린이보험과 성인보험을 비교해 판매할 요인이 크지 않다. 그러나 GA는 같은 연령대의 고객에게 더 높은 보장을 주는 보험사의 상품을 권할 수 있다.

실제로 DB손보는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보다 보장범위도 넓고 가입금액도 크다는 점을 이용해 20~30세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에 열을 올렸다. DB손보의 4월 전체 어린이보험 가입자 가운데 20세 이상 비중은 40%에 육박할 정도다.

이후부터는 메리츠화재도 가입나이를 30세까지 확대하며 어린이보험 시장을 성인까지 확대시켰다. 최근에는 다른 손보사들도 시장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어린이보험 가입나이 확대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인수기준 완화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이 예정한 손보사의 사업비 운용실태 검사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GA를 대상으로 한 손보사들의 과도한 시책 싸움을 경고해왔다. 지난해 12월 일부 손보사를 대상으로 한 예비조사에 이어 이달에는 본 검사를 예고하고 있다.

시책은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한 대가로 받는 판매수수료와 별개로 받는 성과금이다.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은 고객이 첫 달 내는 보험료의 4배까지 현금성 시책을 지급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2분기 들어 2~2.5배까지 안정화됐다.

보험업계는 인수기준 완화 또한 시책만큼이나 보험사의 출혈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타사들도 시장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 무리한 수준까지 받지 않아야 할 가입자를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준 완화는 양날의 칼인데 당장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중에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은 계약자를 받겠다는 의미”라며 “시책 경쟁만큼이나 인수기준 완화 기조도 손보사의 건전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반심사상품보다 2배 비싼 간편심사상품에 대한 가입나이 확대는 건강한 20대에게 비싼 보험료를 물리는 불완전판매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