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청년인재 강연 통해 신한 초창기 상황 비유해 청년들에 당부

와인에 비유한다면, 보르도·부르고뉴에 밀렸던 ‘랑그독·루시옹’ 같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와인을 떠올리면 흔히들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생각하게 된다. ‘샤토’와 ‘도멘’으로 시작되는 이들 지역의 포도원. 그 중에서도 그랑크뤼에 해당되는 와인들은 한번쯤 마셔보고 싶은 꿈의 와인들이다. 

하지만 명성보다 맛으로 승부를 보면서 등장한 신대륙 와인이 시장의 한 축을 장악하면서 전통적인 프랑스의 와인들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와인들은 시간의 미학이 담겨 있어서, 바로 따서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더 선호하는 최근 추세와 잘 어울리지 않는 점도 이 지역 와인들이 고전을 겪는 까닭이다. 그 덕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구대륙의 소외된 와인 생산지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곳은 ‘랑그독-루시옹’ 지역. 전 세계 와인산지 중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다이나믹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랑그독과 루시옹은 프랑스 남쪽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지역이다. 지리적인 근접성 때문에 정서적으로 마르세유를 끼고 있는 프로방스에 더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연중 강수량은 400㎖ 정도. 게다가 고흐가 프로방스를 그토록 갈망하도록 만들었던 이유인 ‘햇빛’의 천국이기도 하다. 연중 맑은 날이 320일 정도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한 곳이다. 또한 루시옹은 피레네 산맥을, 그리고 랑그독은 마시프 상트랄 산맥을 끼고 있어 고산지역도 갖고 있다.  

포도의 생육기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는데다 더운 날씨의 한계는 높은 산으로 대체해 포도의 산미까지 더할 수 있으므로 와인 생산의 최적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랑그독-루시옹 지역은 보르도나 부르고뉴에 비해 평가받지 못하던 지역이었다. 테루아가 안 좋거나 양조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나 이 지역은 저가의 와인 생산지대로 인식돼 왔다. 이유는 수도 파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즉 고가의 포도주를 소비할 계층이 이 지역엔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철도가 들어선 1850년대부터 랑그독과 루시옹 지역은 주목받게 됐고, 20세기 후반에는 구대륙 와인생산지대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모델로 여겨지며 역동적인 와인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이달 초 405명의 청년 인재들에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늘어나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두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년취업두드림 기고만장, 4차 산업혁명 스마트 원정대’ 출정식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자신이 입사할 당시 신한은행은 작은 조직이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었다고 덧붙인 위 행장은 “강한 중소, 중견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러분들도 과거의 저와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 노력하고 기회를 잘 활용해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위 행장의 워딩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지역이 위에서 언급한 랑그독-루시옹이다. 대서양에 접한 보르도 지역은 지롱드 강을 따라서 와인을 대서양으로 내볼 수 있었고, 그 덕에 영국으로 수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또한 수도 파리의 남동쪽에 위치한 부르고뉴는 보르도의 4분의 1 규모지만 프랑스 귀족들이 주로 소비하면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대서양은 아예 바라볼 수 없었던 지중해 연안의 랑그독과 루시옹은 지리적 한계를 양조기술로 극복하면서 이번 세기에 들어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주정강화와인이 유명한 곳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와 스페인의 ‘셰리’지만 이들보다 400년 앞서 주정강화와인을 생산한 곳은 랑그독이었다.

또한 돔 페리뇽 등의 스파클링 와인하면 샹파뉴 지역이 떠오르지만 스파클링을 처음 개발한 곳도 랑그독이다. 즉 혁신 속에서 랑그독은 성장해왔고, 오늘 그 기회를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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