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피, 양민호 대표가 이끌면서 노동주로서의 품격 모두 갖춰

우뭇가사리 첨가한 ‘영일만친구’와 밀막걸리 통해 전국적 명성도 쌓아

▲ 포항에 위치한 동해명주. 이 술도가는 쌀과 밀 막걸리 모두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가수 최백호의 노래로 유명한 ‘영일만친구’라는 우뭇가사리를 넣은 막걸리까지 술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지역의 맹주로 부상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공장 전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가양주 전통이 무너지고 양조장에서 우리 술 막걸리와 청주를 빚게 된지 한 세기가 넘어섰다. 조선을 강제로 병합한 일제는 조선에 대한 통치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주세령과 주세법을 발효한다. 전체 국세의 70퍼센트가 여기서 발생했으니 정치권력이 술을 통제한 까닭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양주가 술도가의 술로 바뀌면서 우리 술의 성격도 크게 변하게 된다. 가양주는 제의와 손님맞이라는 ‘봉제사접빈객’의 문화 코드가 새겨져 있다면 양조장 막걸리에는 고된 농사일과 도시노동자의 애환을 달래주던 ‘노동주’라는 이름표가 강력하게 붙어있다. 그래서 한 세기가 넘도록 한반도의 술이라는 정체성을 그나마 막걸리가 가지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영일만 친구’. 가수 최백호의 노래 가사로 전 국민이 즐기는 유행가 제목이다. 그래서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으로 지역의 맹주로 올라선 술도가가 있다. 포항 호미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해명주’(경북 포항시 동해면 소재, 대표 양민호). 노동주로서의 막걸리가 갖춰야할 모든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술도가다.

주세가 국세의 범주에 들어간 뒤 막걸리는 한반도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한다. 보릿고개를 넘겼던 1960년대, 막걸리는 더 이상 쌀로 만든 우리 술이 아니었다. 식량 자급을 위해 곡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양곡관리법은 술을 만드는 원재료 중에 쌀을 제외시킨다. 그래서 대체된 곡물이 미국의 원조물자였던 밀가루였다. 이렇게 해서 막걸리의 전성시대였던 1970~80년대, 우리는 밀가루 막걸리가 우리 술의 모범이라고 생각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랬던 술 문화를 반영해,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역발상의 술맛으로 지역 막걸리 시장을 제패한 곳이 ‘동해명주’다. 현재 이 술도가가 내는 막걸리는 총 3종류. 우선 밀가루를 주재료로 만든 ‘도구 막걸리’. 그래서 걸죽하면서도 고소한 막걸리다. 그리고 국내산과 수입산 쌀을 혼용해 빚는 쌀막걸리 ‘동해 동동주’. 여기에 포항공대 서판길 교수팀이 개발한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막걸리 ‘영일만친구’, 이렇게 사이좋은 막걸리 삼총사를 빚어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술들이 ‘동해명주’가 포항의 맹주로 올라서게 된 막걸리들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밀가루로 빚는 ‘도구막걸리’와 우뭇가사리를 넣은 ‘영일만친구’. 우뭇가사리를 넣은 ‘영일만친구’는 지역명과 가수 최백호의 노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지만 도구막걸리는 낯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술맛으로 인정받은 케이스다. 이 두 술의 매출 비중은 각각 40퍼센트다. 즉 1970~80년대의 잘 빚은 밀막걸리의 맛을 제대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 막걸리 양조작업이 고되 일손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는 발효숙성 공정 전체를 휴대폰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진은 양 대표가 휴대폰으로 제어 장면을 설명하는 모습.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는 막걸리 양조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젊은 피다. 대학 졸업 이전부터 아버지의 막걸리 양조를 도왔던 그는 부모님이 양조 일에 힘이 부쳐할 때 이 일을 맡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은 그를 포항에서 대구로 오가는 대학생활을 유지하게 된 원동력이 됐고, 바쁜 가운데에도 새벽과 저녁 시간을 이용한 양조 일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동해명주’의 발효실과 숙성실은 모두 휴대폰으로 원격관리가 가능하다. 하루 6000리터의 술을 출하는 포항 제1의 양조장이지만 일이 고되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오래전에 사람 손을 적게 쓰는 구조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현재는 술도가를 유지해야 하는 삶의 무게감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을 적게 쓰는 입국을 발효제로 쓰지만, 양조장이 어느 궤도에 오르면 자신만의 술을 위해 누룩을 사용한 술을 만들고 싶다는 양 대표.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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