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1 19:55 (일)
‘퇴직연금 빨간 불’ 앞서가는 가입자 VS 퇴행하는 금융사
‘퇴직연금 빨간 불’ 앞서가는 가입자 VS 퇴행하는 금융사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8.07.2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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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약 94%가 단일 금융회사로부터 모든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어 서비스 질 저하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모든 금융회사가 동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에서는 양질의 서비스가 가입자에게 적기에 제공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퇴직연금, 개별서비스 방식으로 전환 추세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단일 금융회사가 운용관리 업무부터 자산관리 업무까지 퇴직연금 업무를 일괄 전담하는 구조로 금융회사 간 서비스 경쟁 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규제 완화에 따른 가입자들의 니즈 변화를 인식하고 퇴직연금서비스 모두를 단일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체계에서 전문화된 금융기관에 서비스를 위탁하는 개별서비스(UnBundled Services)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해외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개별서비스 체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상 서비스 및 콘텐츠를 제공해 로열티를 높이고, 전문서비스 영역은 서비스 전문화를 통해 수익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해외 금융사들이 어떠한 퇴직연금서비스 영역을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고 서비스 전문화를 유도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복수의 금융기관이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서비스 체계로의 전환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2017년 기준 미국의 퇴직연금 도입기업의 52.7%가 개별서비스 체계를 적용했다(표 참조).

개별서비스 체계로의 전환 배경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제 완화, 국제퇴직연금 회계기준 적용 등으로 가입자가 전문화된 퇴직연금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한데 기인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상품의 다양화로 맞춤형 투자상담서비스, 맞춤형 투자교육서비스에 대한 가입자들의 요구가 증가했고, 저금리 환경 속에서 국제 퇴직연금 회계기준 적용 은 퇴직연금 자산 및 부채를 반영한 연금재정 검증 서비스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제도설계 ∙ 운용상품 부문에서 차별화 꾀해

해외 금융회사들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서비스 전문화 영역은 크게 △제도설계 및 재정평가 서비스 △운용상품제공서비스 △투자상담(자문)서비스 △가입자교육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제도설계 및 재정평가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DB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연금재정 측면에서 재정방식을 자문해주고 기업 특성에 부합한 제도를 설계해주고 있다. 또 퇴직연금제도를 지속하기 위해 수입보험료와 연금지급의 균형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나갈 것인지 재정방식 선정(제도설계)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국제회계기준 설정, 저금리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등을 반영해 연금부채 대비 연금자산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기업 재무리스크 관점에서 계속기준 또는 비계속기준에서 적립금 과부족 여부 등을 평가해준다.

운용상품 제공 부문에서는 퇴직연금과 연계한 운용상품 개발과 필요 시 상품제휴 등을 통해 운용상품 제공 서비스의 차별화를 유도하고 있다.

MetLife와 일본 손보재팬은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이율보증 계약상품과 적립형 상해보험을 퇴직 연금과 연계한 운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Manulife는 전통적인 GIC 상품의 단점을 보완한 안정형 가치펀드와 같은 대체상품을 개발했으며, Vanguard, Fidelity는 적립기간 동안 수익보증 옵션을 부여하거나 퇴직 후 체계적인 연금수입을 창출시킬 수 있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투자상담 및 자문 부문에서는 퇴직연금 투자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상품 다양화 등으로 퇴직연금사업자가 투자상담 및 자문서비스를 핵심 사업영역으로 인식하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Fidelity, Merril Lynch는 온라인 및 콜센터를 통한 가입자의 투자성향 파악 및 포트폴리오 추천, 은퇴설계 등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 투자성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획일화된 서비스 계속되면 사업 위축 우려

가입자교육 부문에서는 가입자별 맞춤형 교육 개발, 전문회사를 통한 가입자교육, 전문 가입자 교육 조직의 운영 등을 통해 가입자교육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Fidelity는 교육 전 설문을 통해 고객성향을 먼저 파악한 후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입자별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교육프로그램은 가입자별 맞춤 온라인 교육으로 과세이연, 자산배분, 은퇴설계 등 월별 주제를 적절히 배분해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도쿄해상니치도화재, 메이지생명은 교육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DCJ)를 별도로 설립해 퇴직연금 도입기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손보재팬DC는 가입자교육 전문부서(HARP: Happy Aging and Retirement Planner)를 설치해 가입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HARP 교육프로그램은 가입업종 및 규모, 근로자 직군 및 가입연령 등에 따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교육자료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동일한 금융회사가 운용 및 자산관리업무를 모두 취급해 금융회사 간 경쟁에 의한 서비스 차별화 유인이 미흡하고,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중요한 가입자교육 서비스 업무 등을 퇴직연금의 핵심업무가 아닌 부수업무로 인식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규제가 빠른 속도로 완화되고 가입자들의 인식 변화로 전문화된 서비스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서비스 체계로는 사업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류건식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기업규모별 근로자의 속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개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DB형 운용기업에 대해서는 연금재정 평가서비스를, DC형 운용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문 및 교육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진국처럼 연금제도설계, 운용상품제공, 가입자교육, 투자상담 및 자문서비스 등으로 서비스 전문화 영역을 설정하고 퇴직연금 회계기준 적용 등을 고려해 연금부채에 대비한 자산의 적정성을 평가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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