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는 지난 3월 DB형 퇴직연금의 상업적 통합기관 운영을 허용하기 위해 사모펀드로부터 5억파운드를 투자받아 펜션 슈퍼펀드(Pension SuperFund)를 출범했다. 

연금펀드, 고용주, 자문사들과 DB형 퇴직연금의 자산과 부채를 흡수해 하나의 퇴직연금제도로 통합하는 논의를 하고 있으며, 상업적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1000만파운드를 슈퍼펀드에 유치하기 위한 규제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영국의 DB형 퇴직연금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성과 지속성에 있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영국은 약 1050만명이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으며 보유자산은 약 1조5000억 파운드로 영국 GDP의 75%에 해당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DB형 퇴직연금이 가입자 수 및 자산 규모가 작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고 소수의 대규모 사업장에 자산·부채가 치중돼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고용주가 지급능력이 있어 온전하게 연금급여를 보장하면 성공한 것이고, 고용주가 납부 및 지급하지 않거나 고용주가 지급불능에 처해 연금보호기금(Pension Protection Fund 이하 ‘PPF’)에 의해 연금급여액의 80%만이 보전되면 실패한 경우에 속한다.

대부분의 고용주가 연금급여액 지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평균수명연장 등 연금제공 비용 증가에 따른 연금급여액 조정이 경직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고용주들은 DB형 퇴직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1200억파운드를 썼으며 지난해 9개월 동안 130억파운드를 지출하는 등 연금운용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국연금협회(Pensions and Lifetime Savings Association)는 DB형제도를 통합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제안된 DB형제도 통합모형은 △관리 및 자문서비스 공유(모형 1) △단순한 자산통합(모형 2) △거버넌스 통합(모형 3) △고용주의 연금급여 지급 의무를 면제하고 부채까지 완전 통합하는 슈퍼펀드(모형 4)의 형태로 나뉜다.

이 중 슈퍼펀드는 기존 DB형 퇴직연금제도를 흡수하고 대체하는 형태로 모형 1~3과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시장 전문가들은 슈퍼펀드의 자본화를 통해 벤처투자 등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높은 투자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강화, 낮은 비용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자들은 슈퍼펀드를 통해 정해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개선되고 고용주의 지급능력 개선으로 직업 안정을 보장받게 된다. 고용주 또한 슈퍼펀드 가입비용이 buyout 비용보다 적고 부채 리스크 및 변동성 제거, 관리 등을 통합해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으며 연금급여액 지급이라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통합기관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증진되고 이를 통한 사업모형 혁신이 가능해지며, 규제기관은 통합으로 인해 감시해야 할 DB유형이 감소함에 따라 감독의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슈퍼펀드의 적립금이 약 200억파운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영국보험협회는 슈퍼펀드가 건전성감독청(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 대신 연금감독청의 규제를 받게 된다면 엄격한 지급여력 요건을 적용받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 슈퍼펀드가 투자에 실패하거나 적정 자본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 PPF의 수급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조율이 필요하다. 슈퍼펀드가 PPF의 수급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돼 연금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면 슈퍼펀드의 규모가 큰 경우 청구 금액이 커져 PPF에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김혜란 연구원은 “슈퍼펀드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고용주의 연금적립금 이전이 용이하도록 비용 면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법안이 필요하며 슈퍼펀드의 연금급여지급 구조도 간소화 돼야 한다”며 “또 슈퍼펀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주기적인 재무건전성 평가와 함께 자본완충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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