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순 장인, 시어머니 술 현대적으로 재해석 2010년 문 열어

미국 유학 큰 아들이 설계한 양조장 건물 보는 즐거움까지 줘 

▲ 샴페인 같은 막걸리를 생산해 젊은 층 고객을 확보하고 유명세를 누리기 시작해 핵안보정상회담 건배주로 선정되는 등 짧은 업력에 불구하고 급성장하고 있는 복순도가. 사진은 울주군에 위치한 복순도가 양조장 전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달큰하면서도 입안을 장악할 정도의 탄산감으로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급기야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만찬주로까지 선정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술도가가 있다. 아마도 2010년 이 술도가가 창립한 이래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양조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곳이다.

막걸리라는 전통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설계한 양조장 건물이 보는 즐거움까지 주는 울주군의 ‘복순도가’(대표 김정식)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느 양조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음 공간 한편에 펼쳐져 있는 누룩은 남쪽의 따뜻한 날씨를 반영한 듯 ‘금정산성 누룩’처럼 피자모양새를 하고 있고, 양조공간의 문을 열면 큼직한 항아리를 연신 기포들이 보글거리며 술 익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간은 현대적으로 배치돼 있다. 쿠퍼 유니온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큰 아들 김민규씨가 졸업논문으로 설계했던 건물이니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복순도가’라는 술도가 이름은 이 집의 안주인 이름(박복순)을 딴 작명이다. ‘막걸리계의 돔 페리뇽’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탄산 가득한 막걸리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바쁜 농사철, 새참으로 만들어내던 집안의 막걸리를 요즘 스타일로 빚어낸 것. 즉 복순도가의 손막걸리도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져 오는 가양주처럼 전해져 온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술은 아니었다고 한다. 언양의 종가집으로 들어온 박복순 장인은 현재의 술맛을 찾는데 4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처음 술을 만들 때부터 양조업을 계획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고 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권하기 전까지 이 술은 집에서 즐기는 발효음식의 한 가지였을 뿐이다.

▲ 복순도가는 막걸리를 빚는 박복순 장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사진은 박복순 장인이 막걸리 제조와 관련 설명을 하는 모습이며 앞에 놓인 것은 이 양조장에서 쓰는 누룩과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다.

그런데 2010년 술도가를 내고 술을 만들기 시작하자, 달콤하고 상큼한 신맛에 천연 탄산이 가득한 ‘손막걸리’는 금세 유명해졌다.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맛을 지닌 데다 병을 딸 때 ‘치이익’하는 탄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병에서 일어나는 회오리는 보는 즐거움까지 같이 줬다. 그렇게 전통주 업계에 이름을 날리던 이 술은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건배주로 선정되고, 2013년 대통령 재외공관장 회의 만찬주, 2015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건배주 등으로 쓰이게 됐다. 한 병에 1만2000원으로 보통의 막걸리보다 10배쯤 비싸지만 맛과 볼거리를 등에 업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복순도가의 손막걸리는 언양과 울주에서 그 해 수확한 쌀로 빚는다고 한다. 여기에 직접 빚은 누룩을 사용하는데, 보통의 주방문보다 두 배가량 넣는다. 그리고 두 번 술밥을 주는 이양주로 빚으며 한 달 가량 발효와 숙성을 시킨 뒤 출하한다고 한다. 그리고 천연 탄산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박복순 장인은 온도관리라고 짧게 답한다. 즉 탄산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온도에서의 숙성과정이 이 술도가의 비법인 셈이다.

복순도가는 지난달 농림식품부가 지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4곳 중 한곳으로 선정됐다.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맛과 공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술도가는 현재 탄산이 없는 삼양주 막걸리와 단맛이 도는 알코올 도수 55도의 증류소주를 준비하고 있다. 가을 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막걸리와 소주만으로도 복순도가를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마을 고택과 막걸리를 연결시킨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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