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5곳, 2학기부터 월정액제로 서비스 시작

수수료 낮아 손해지만 점유율 확보 위해 출혈경쟁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오는 2학기부터 시작될 예정인 초‧중‧고등학교 교육비 카드납부 서비스를 두고 카드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납부 수수료율은 교육비가 공공성을 띈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적격비용 이하의 월정액제로 책정됐으며 카드사 입장에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카드사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학기 전국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신용카드로 학부모부담 교육비를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드납부가 가능한 교육비는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 급식비, 방과후 활동비 등 학부모가 학교에 지불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이 서비스는 당초 신한·BC·국민·하나·현대·삼성·롯데·NH농협카드 8곳이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BC,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카드 5곳에 한해 제공된다. 이외의 카드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교육부가 제시한 월정액제의 수수료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드사 5곳과 교육부가 합의한 월정액제는 학생수와 학교급에 따라 수수료율이 차등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로 교육비를 납부하는 학생 수에 따라 초·중학교는 월 2000원(100명 이하)에서 4만원(801명 이상), 고등학교는 월 4000원(100명 이하)에서 8만원(801명 이상)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월정액제는 학부모의 교육비 카드납 비중이 높을수록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작아진다.

예를 들어 학생수가 250명인 초등학교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월정액 수수료는 5000원이다. 여기서 학부모 250명이 모두 신용카드로 교육비를 납부했다면 각기 다른 카드사들은 5000원을 나눠가져야 한다. 반면 250명 중 1명만이 신용카드로 교육비를 납부했다면 해당 카드사가 5000원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이 같은 월정액 방식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가맹점 수수료 산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할인된 수수료로 책정돼 카드사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이 교육비 카드납부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점유율(MS)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교육비 자동납부로 지정해놓은 카드를 주거래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교육비 카드납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휴 카드사의 카드를 무조건 발급받아야 해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타 카드사의 고객도 끌어올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교육비가 공공성을 띈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적격비용 이하 수준인 0.8%의 수수료율을 제안해왔다”며 “교육부가 제시한 월정액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협상을 포기했지만 일부 카드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혈경쟁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카드사들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여전법상 가맹점 수수료 산정 원칙이 흔들려 수수료 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우유값, 대학등록금과 같이 공공성을 띄는 업종들도 적격 비용 이하의 수수료로 낮춰달라고 요청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법상 수수료 산정 원칙을 무시한 채 월정액제로 수수료가 책정됨에 따라 그동안 지켜온 수수료 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카드사들은 당장 시장점유율을 뺏기는 것을 알면서도 당분간 사업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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