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곡에 생쌀발효한 막걸리, 직접 만든 증류기로 소주 내려

이계송 대표,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이후 환경 개선에 총력 

▲ 평택 댓골재 양조장 이계송 대표가 시음장 한편에 있는 자신의 그림 ‘상춘’ 앞에서 자신의 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은 알코올 도수 56도의 증류소주 ‘소호’의 레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이계송 대표 앞에 투명 아크릴로 덮여 있는 소주가 바로 그것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도가를 찾는 즐거움은 그 집에서 나는 새로운 술맛에 대한 기대감만큼 비례한다. 그 전에 맛본 술맛은 새로 출시한 술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한 이끌게 되고 그 술에 담긴 술의 이력을 자연스레 쫓게 한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평택의 댓골재양조장(2017년 1월 1일 본지 참조, 대표 이계송)에서 증류소주를 낸다. 알코올 도수 56도의 단맛 내는 소주다. 첫 모금에서 증류소주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런데 높은 알코올 도수와 달리 목넘김이 부드럽다. 그래서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이 술 어느 정도 숙성시켰습니까?” 답은 고작 1년 정도라고 한다. 그런 경우 머리에 떠오르는 새로운 질문은 “1년으로 이렇게 완숙미를 갖다니”다. 

술도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증류 소주를 내려보고, 서울의 무형문화재인 삼해소주 김택상 명인에게 직접 소주를 배워보면서 느낀 점은 좋은 증류주는 숙성기간이 필요 없다는 점이었다. 숙성시키지 않고도 바로 마실 수 있는 소주는 밑술부터 단단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숙성시키면 그 기간만큼 술의 안정감과 밸런스가 높아져 알코올의 존재감보다 좋은 향수처럼 느껴지며 목을 넘어가게 된다.

이계송 대표가 새로 출시한 증류소주 ‘소호’가 바로 그런 맛이었다. ‘소호’. 영문으로 표기했지만 한자로 ‘웃는 호랑이’이라는 뜻이다. 이 술도가가 내는 이화곡(쌀누룩) 기반의 막걸리 이름이 ‘호랑이배꼽막걸리’이니 그 연장선에서 작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까닭은 호랑이처럼 생긴 한반도에서 댓골재 양조장이 위치한 평택이 호랑이배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소주를 만들어내는 증류기가 걸작이다. 화가이자 술도가 대표인 이 대표가 직접 수제로 제작한 증류기로, 전국에서 유일한 물건이다. 이 증류기로 만드는 소주는 두 종류다. 세 번 내려 56도로 내는 소주와 두 번 증류해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도 소주. 각각 알코올 도수만큼의 맛의 차이는 존재한다.

▲ 이계송 대표가 직접 제작한 상압증류기. 지역의 쌀을 이용해 생쌀발효하고 이를 겨우내 증류해서 56도 소주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도 소주를 만들어 1년 정도 숙성해 시장에 내고 있다.

여기서 댓골재를 기억해야 할 점은 막걸리 빚는 방식이다.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자투리 쌀로 술을 빚던 어머니로부터 배운 술빚기의 기본은 생쌀 발효라는 점. 따라서 고두밥으로 찐 살로 만든 막걸리와 댓골재 막걸리는 맛이 다르다. 향긋한 배향을 머금은 술이라나 할까. 그런 막걸리를 증류한 것이니 소주도 다른 맛을 가진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이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입혔다. 56도 소주를 담은 병의 레이블을 자신의 그림으로 채운 것이다. 작품명은 ‘상춘’. 항상 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서일까. 그래서 소주가 더 산뜻하다.

요즘 댓골재 양조장은 바쁘다.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만큼 환경개선을 위해 고양이 손까지 빌려야할 형편이다. 양조장의 규모가 작지만 전통의 방식으로 술을 빚는 과정을 예술과 결합시키면서 관광객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뜨거운 태양이 잦아드는 계절에 댓골재를 찾으면 예술에 쌓여있는 우리 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골재의 막걸리와 식초, 그리고 소주까지 발효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 술도가가 점점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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