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출신 김지원 대표, 자존심으로 일궈낸 19년차 와이너리

국내 와인산업의 맏형, 영동 및 영천 지역 와인 생산자의 롤모델

▲ 농협 출신의 김지원 대표는 대부도 토박이다. 1993년 농협을 그만두고 포도 재배에 올인해 올해로 19년째 와인 양조를 하고 있는 김 대표. 양조시설 앞에서 와인 숙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말하는 내내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은 너무도 분명했고, 그 자존감은 술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국산 와인을 만들어온 지 햇수로 19년. 아마도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를 가지고 와인을 만든 최초의 생산자였을 것이다. 그래서 간난신고의 과정이었단다. 주세 관련 주무부처인 국세청 직원까지 와이너리를 만류했을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32개 농가가 조합원이 돼 처음 와인을 생산한 2001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큰 언덕’ 같은 섬. 그래서 한자로 대부도인 이 섬에서 ‘그랑꼬또 와이너리’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원 대표의 회고담이다. 

대부도에 캠벨얼리 포도나무가 심어진 것은 1954년의 일. 처음 50그루로 시작된 포도농사는 36년의 시간이 흘러 와이너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와인을 서구적 시각에서 이해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편한 시선, 그리고 미약하기 그지없는 국내 와인산업. 즉 시장과 제도 모두가 미비된 상황에서 고집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내년으로 20년이 되는 이 와이너리는 이제 허리를 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린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이 경작하는 포도밭이 600ha. 대부도 전체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넓이다. 여기서 나는 포도로 한해에 생산하는 와인은 6~7만병 정도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양조장을 시작하다보니 지난해까지 부채만 35억원 정도 쌓였다고 한다. 농협 출신인 김 대표는 올 연말이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너털웃음 속에 말한다.

▲ 그랑꼬또 와이너리 뒤편 큰 언덕에서 자라고 있는 ‘청수’ 품종의 포도. 청포도가 제대로 익어가고 있다. 이 품종은 농업진흥청에서 식용으로 개발했으나 오히려 와인양조에 강점을 지녀 재배 농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웃음이다. 그나마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돼 와이너리의 위상은 한층 높아진데다, 주말, 와이너리를 찾는 수도권 여행자의 발길도 잦아들어 와인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전국 포도 농가의 벤치마크 대상이다. 대표적인 포도 산지인 충북 영동과 경북 영천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농민들이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찾아와 각종 노하우를 배우고 간다고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까닭에 와인산업의 맏형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셈이다.

김 대표가 생산하는 와인은 캠벨얼리를 이용한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와인. 여기에 농업진흥청에서 ‘시벨9110’에 ‘힘로드 시들러스’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신품종 ‘청수’로 빚은 화이트와인과 설탕 보당 없이 냉동응축 기법을 활용해 만드는 아이스와인까지 다양하다. 아마도 국내 와이너리 중 가장 많은 와인 스타일을 생산하는 것 같다.

‘청수’는 그랑꼬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와인. 하지만 1993년 농진청에서 개발할 당시 ‘청수’는 추위와 병충해에는 강했지만, 완숙이 되면 낙과가 많아 농가로부터 외면당했던 품종이다. 하지만 완숙 전에 포도를 수확하면 당도가 20브릭스(Brix)에 달하고 산미까지 풍부해져 와인 양조에 제격인 포도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배 농가가 늘게 된 것. 이러한 포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빚어낸 와인이 ‘청수’다. 

굳이 프랑스의 샤르도네나 블랑 계열의 포도주와 비교할 필요 없이 ‘청수’는 풍부한 과일향과 산미를 가진 와인이다. 시음하는 순간 국산 와인에 대한 편견이 조심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대부도의 각종 해산물과 좋은 페어링이 가능할 것 같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는 바다와 강을 끼고 있다며 대부도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김 대표의 설명이 납득되는 맛이라고나 할까. 또한 대부도를 여행한다면 그랑꼬또를 꼭 들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랑꼬또의 다양한 와인 맛을 보기 위해 대부도를 찾아가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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