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퇴연구소 오현민 선임연구원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오현민 선임연구원

최근 상영 중인 영화 ‘어느 가족’은 올해 칸 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세계 최고 영화제가 주목한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원제는 ‘좀도둑 가족’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금을 수령하고자 부모의 사망 사실을 숨겼던 한 가족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어둡고 비좁은 집 안에는 할머니부터 중년 부부, 젊은 처녀, 꼬마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산다. 이들은 두 가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하나는 도둑질로 연명한다는 것, 또 하나는 서로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부부는 할머니의 연금을 호시탐탐 노리고, 아이들까지 동원해 천연덕스럽게 마트에서 도둑질을 일삼는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가족보다도 애틋하다. 심지어 매 맞는 이웃 아이를 구출해 키울 만큼 대책 없는 선량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들은 가족인가 아닌가.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뿌리 내리면서 가족의 범위와 의미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최근에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바로 1인 가구의 급증이다. 혼자 살기로 결심한 젊은이들, 배우자를 먼저 하늘로 보낸 노인들, 긴 결혼생활을 정리한 중장년층이 1인 가구의 직접적인 후보들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자신이 미래에 1인 가구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영화 ‘어느 가족’에서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함께 하는 공동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가족’을 만들 수 있지만 또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는, 가족이 더 이상 끈끈한 혈연 유대가 아닌 유동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는 중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자녀에 대한 유대감과 애착이 강한 문화가 여전히 강한 것이 현실이다.

2018 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5060 은퇴자들의 절반은 과거에도 현재도 성인자녀를 지원 중이다. 지원 범위는 매달 생활비나 학자금은 물론, 결혼자금, 주택자금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을 연구소는 ‘부모은행’ 이라 지칭했다. 5060 세대들이 의존적인 자녀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가구 중 3가구는 자신들의 노후준비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원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서는 노후 삶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리스크 중 하나로 성인자녀 지원 문제가 꼽히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선을 긋는 것이 우리 풍토에서 매정하고 냉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미래를 위하려던 것이 오히려 자녀의 자립심을 갉아먹고 자신의 노후조차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가족 트렌드 속에서 경제적으로 튼튼한 ‘혼자’가 될 수 있는 준비를 자녀도 부모도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에 대한 점검이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매년 얼마를 적립하고 있으며, 어떻게 운용되고 있으며, 언제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파악해두자.

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경우 제도와 상품 선택에 따라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의 크기가 달라지는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꾸준히 탐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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