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대상, 퇴직 눈앞에 다가와

은퇴 이후 경제활동 활로 없어 '막막'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주말에 메일함을 열어본 은행원 A씨의 마음은 착찹했다. 은행에서 날아온 임금피크제 안내메일 때문이었다. 일종의 퇴직권고 메일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A씨는 퇴직 후 경제활동 걱정에 스트레스가 커져만 갔다.

1964년생 만 54세 은행원의 은퇴가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만 54세 은행원들은 임금피크제보다는 희망퇴직을 종용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통해 은행에 남아 있고 싶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신규 청년채용 권고로 인해 희망퇴직을 선택하고 은행 문 밖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A은행은 최근 1964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안내메일 발송했다. 안내메일에는 임금피크제 및 희망퇴직 대상 연령, 퇴직금 기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 연령대의 지점·부지점장 등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안내메일이 발송되곤 한다”며 “특히나 64년생의 경우 임금피크제보다 희망퇴직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1964년생인 은행원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다. 은행원들은 만 55세가 되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은행원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60세까지 근무하다 퇴직하게 되며,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희망퇴직을 하게 된다. 희망퇴직 시 은행원들은 개인당 평균 1억~3억원 사이의 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나서지만 선호하지 않는다.

은행 한 관계자는 “목돈을 받고 은행을 나가더라도 경제활동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자영업에 뛰어들어 퇴직금을 몽땅 날리는 사례도 많고 재취업이 잘 된 사례도 찾기 쉽지 않아 임금피크제를 통해 남으려는 직원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1964년생들은 임금피크제를 신청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신규 청년채용 확대를 이유로 중장년층 은행원의 희망퇴직을 적극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만 40세 이상,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의 임직원 274명을 대상으로 준정년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7월, 정년도 아닌 은행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은행권에서도 이례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은행 역시 8~9월 희망퇴직 실시가 예상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최악의 청년 실업으로 은행권의 채용 부담이 한층 커졌다”며 “보통 연말이나 연초에 시행하던 희망퇴직이 7~9월경에 실시되기까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1964년생 은행원들의 은퇴설계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마땅한 재취업 길이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물가, 임대료, 과포화 문제로 자영업에 뛰어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이 직접 나서 전직지원제도, 재취업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가 가까워 오는 은행원들에게 관련 메일은 저승사자와 같다”며 “50대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 경제 활동이 단절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은행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활로를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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