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은 9월 13일 개최하는 [핀테크2018] 하반기 포럼에서 ‘마이데이터’, ‘금융클라우드’, ‘오픈API’, ‘애자일조직’, ‘데이터마케팅’ 5개의 키워드를 선정해 '2019년 디지털금융전략'을 전망하고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대한민국 디지털금융인들은 지금 어떤 전략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본지는 핀테크2018 포럼에 앞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디지털금융사업 책임자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도전과 과제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번째 시간으로 2003년 세계 최초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뱅크온(Bank-On)’과 2015년 ‘KB스타뱅킹’을 통해 국내 첫 1000만 스마트폰뱅킹 가입고객을 돌파하며 우리나라 디지털금융의 역사를 새롭게 써 온 KB국민은행을 만나보았다.

Q. 시중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모바일뱅크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앱을 선보였는데 이 중 ‘KB부동산 리브온’은 수많은 은행앱 중 특화에 성공한 앱이라고 생각한다.

▲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박형주 부장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담보대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국내에서 부동산 관련 금융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해 온 은행으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그룹 내 모든 부동산 업무를 하나의 앱에 통합시켰다. 리브온에 접속하면 매물 검색뿐만 아니라 해당 매물에 대한 자세한 대출정보, KB카드 데이터를 통한 상권분석, 학군, 이사, 인테리어 정보까지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집약돼 있다. 고객들은 리브온에서 매물을 검색하며 자연스럽게 대출정보를 확인하고 대출상품까지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다. 특히 KB의 대표 부동산앱 인만큼 심사팀이 정기적으로 심사를 나가며 신뢰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Q. 신한은행이 올해 쏠을 출시하며 은행의 앱을 모두 통합했는데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과 리브, 리브온 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이 큰 인기를 끌며 하나의 앱에서 모든 업무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력하는데, 국민은행은 이들 앱을 개별로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

KB스타뱅킹과 리브의 고객층은 다르다. 스타뱅킹이 40대 이상의 자산관리고객이 타켓인 금융백화점이라면, 리브는 그 이하 연령대의 사람들이 핸드폰만으로 간편조회 및 간편이체가 가능한 금융 편의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 앱 통합 얘기가 안 나왔겠나? 하지만 리브의 간편함을 스타뱅킹에 녹이게 되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기존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서로가 불편해지는데 굳이 둘을 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스타뱅킹에 처음 가입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지점에 방문해야 하고 공인인증서가 필수다.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은행 지점을 운영해왔고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지점의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금융거래를 디지털화한다면 지점을 운영할 이유가 없지 않나? 금융기관은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40~50대 이상의 고객이 가장 많은 리딩뱅크로서 지금까지 국민은행을 통해 자산관리를 해 온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최근 금융권의 클라우드 규제가 완화되며 내년부터 디지털금융사업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클라우드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예정인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의 대화형 챗봇인 ‘리브똑똑’은 오픈API를 통해 클라우드를 직접 이용한 금융권 첫 사례다. 만약 고객이 ‘내 카드정보를 보여줘’ 라고 리브똑똑에 요청하면 API를 통해 카드정보를 불러오게 된다.

개발 당시 채팅솔루션을 직접 금융앱에 연결해야 했는데 이전까지 한번도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고 승인을 받는 모든 과정이 험난했다. 엄청나게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확인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리브똑똑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향후 음성인식까지 가능한 AI 뱅킹으로 나아가는 첫단계다. 마치 은행원과 대화하듯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호출하고 로봇 은행원이 고객보다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하는 수준의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는 고객정보 활용에 제한이 있어 다양한 챗봇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향후 클라우드 활용범위가 확대되면 더 다양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 혁신은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당장 챗봇의 혁신은 어렵겠지만 리브똑똑을 국민은행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봐주길 바란다.

Q.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애자일조직을 구성하고 금융권에서 선도적으로 애자일조직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아직 애자일조직이란 개념이 생소한데 국민은행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애자일조직은 처음 가본 길을 가야 하는 만큼 지켜봐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 인내가 필요한 조직이다.

국민은행은 애자일조직을 대부분 5년차 이내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했다. IT부서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부서 등 다양한 사업부서의 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았다. 그들의 문제해결 방식은 은행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온 중간 관리자와는 처음부터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기존 경력자들은 기업의 입장에서 업무 효율성과 비용절감에 익숙해져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젊은 직원들이 뭔가를 들고 오면 이미 다 해 본거라며 중간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애자일 내 젊은 구성원들은 처음부터 기업이 아닌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했고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국민은행의 젊은 애자일조직이 아니었다면 ‘리브똑똑’과 같은 서비스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 TF팀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과제를 만들고 사업부서마다 해야 할 일을 할당한 후 과제가 제대로 수행되는지 모니터링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애자일조직은 기획부터 설계, 실행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조직으로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다시 고치고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트 규모 자체를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실행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Q. 인터넷은행이 등장한 후 금융서비스에 대한 대중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 같다. 국민은행이 생각하는 디지털금융 혁신이란 무엇인가?

‘지점이 없는 은행’인 인터넷은행은 태생 자체가 혁신에서 시작한 은행이다. 처음부터 채널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거래를 비대면으로 만들어야 했고, 비대면거래에 대한 리스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다.

비대면 서비스는 오로지 고객 관점에서 봐라 봐야 성공한다. 국민은행은 한때 앱을 지점에서 직접 홍보하며 고객들에게 신규 앱을 깔도록 권유했지만, 작년부터 지점에서 앱 마케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국민은행 본사 차원에서 디지털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은 금융의 본질을 꿰뚫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 본질은 고객을 먼저 아는 것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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