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패소에 해외이용수수료 대납할 이유 사라져

비용 증가 우려한 소비자‧금융당국의 반발은 부담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비자(VISA)카드의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이 적법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소비자 대신 수수료 인상분을 부담해왔지만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대납할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다. 다만 당장 대납을 중단할 경우 소비자와 금융당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국내 카드사들이 수수료 대납을 중단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6년 전업계 카드사 8곳이 비자카드의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제기한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비자카드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국과 같이 해외이용 수수료를 인상했으며, 국내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우월적 시장 지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봤다.

앞서 비자카드는 2017년부터 해외이용 수수료를 기존 1.0%에서 1.1%로 인상했다. 이에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가 사전 논의 없이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고 반발하며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인 비자카드가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하며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분 0.1%포인트도 소비자 대신 부담해왔다. 공정위 제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해외이용 수수료 1.1%를 모두 부과하면 마치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정위가 비자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카드업계는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 시부터 지속해오던 수수료 인상분 대납 중단을 고심하고 있다. 비자카드의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이 공식 인정된 만큼 국내 카드사들이 인상분을 대납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판단이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에 약관변경을 신청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1개월의 공지기간만 거치면 소비자에게 해외이용 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자카드의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국내 카드사들이 인상분을 부담해왔지만 무혐의 결론이 난 상황에서 연간 100억원이 넘는 대납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장기간 지속된 대납은 국내 카드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비자카드 해외이용 수수료 대납 중단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납을 중단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 소비자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소비자가 수수료 인상분을 납부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약관변경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약관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신청을 보류하고 있다”며 “원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인 해외이용 수수료를 대신 납부해준 것인데 카드사들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이미지가 강해 중단 시기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