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문화탐방
[응답하라, 우리술 95]불가 전통의 ‘제세팔선주’ 복원한 담양의 ‘추성고을’지역 특산 대나무·약초 활용, 추월산 연동사 살쾡이 설화 깃든 술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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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9  12: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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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 술제조법 문건 복원한 양대수 명인, 술 현대화 작업도 병행

   
▲ 담양 추성고을 술도가 입구. 추성고을은 ‘추성주’ 이외에도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르깔롱 등 현대화한 술도 내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종교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서양 모두 종교적 제의행사를 위해 술이 만들어졌고, 발전해 온 까닭이다.
 
예컨대 한반도의 고대사회에서 치룬 영고, 무천, 동맹 등의 제천행사는 가을걷이를 마치고 수확물을 가져단 준 하늘과 땅에 고마움을 표시한 행사였다. 그리고 그 행사의 중심에는 쌀과 기장, 조 등으로 빚은 술이 차지하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기원한 맥주와 포도주 등도 제례행사에서 출발해 고등종교와 결합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케이스다. 가톨릭의 미사에서 포도주가 없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이다.   

한반도의 술도 고등종교와 함께 발전해 온 술들이다. 삼국시대 이전까지 빚어지던 술은 각종 토템 신앙과 관계를 유지해왔고, 불교의 전래 이후에는 종교적 행사와 결합하면서 술의 위상은 달라진다. 불가의 계율에선 술을 멀리해야 했지만, 고려 시대의 사찰은 산속에 은거해 있는 도량이 아니라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 안에 위치해 있었고, 유통 및 숙박 등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심지 역할을 도맡아왔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소비되는 술의 상당부분을 사찰에서 생산해서 공급하게 됐는데, 이는 마치 중세의 수도원에서 포도주와 맥주 등을 생산해 시장에서 유통한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까지 내려왔던 불가의 명맥을 잇는 술들은 유교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조선에 들어서 사대부의 가양주로 급격하게 이행된다.

사대부의 핵심 예절인 ‘봉제사접빈객’의 중심이 술이었고, 억불 정책에 따라 절들이 산으로 은거함에 따라 불가의 술은 서서히 종적을 감추게 된다. 승려들의 고산병과 풍토병 치료를 목적으로 일부 사찰에서 비전으로 전해오던 술만 겨우 남은 상태다. 

그 중 한 곳이 전남 담양에서 빚어지고 있는 ‘추성주’다. 추성은 신라 때부터 고려 성종까지 불려오던 담양의 옛지명. 20여 가지의 한약재를 가지고 두 번의 증류과정을 거쳐 생산하는 추성주는 ‘연동사’와 살쾡이 설화로 유명한 술이기도 하다. 이 설화의 핵심은 추월산 자락에 있던 연동사에서 빚어지던 술에서 시작된다.

   
▲ 증조부가 연동사 승려들로부터 배운 술제조법 문건을 해석해서 1992년부터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는 담양 추성고울의 양대수 대표

술의 목적은 원래 승려들의 치료였는데 술이 사라졌으니 누군가는 의심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며칠밤낮을 지키고 섰다가 범인을 잡았는데 그것이 살쾡이였던 것이다. 그만큼 연동사 술이 맛있었다는 것이 설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술은 그 당시엔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라 불렀고, 추성주는 그 술의 현대식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이 술이 추성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식품명인(제22호)로 지정된 양대수 대표의 집안 덕이다. 양 대표의 증조부가 연동사의 스님들로부터 술의 제조법을 배워 가양주처럼 빚어마셨고 이를 문서로 남겼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근간으로 연구에 들어간 양 대표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추성주 제조법을 해석한 뒤 25년간 다니던 농협을 그만두고 지난 1992년부터 추성주의 상업양조에 들어간다. 물론 이태 전에 민속주 지정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00년 식품명인으로 지정되는 한편 2014년에는 농림부가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중 한 곳이 됐다. 

추성주는 지역의 찹쌀과 멥쌀을 이용해 빚어지는 데, 두 번 술밥을 주는 이양주 방식으로 술덧을 만든다.

덧술과정에서 한약재를 넣어 같이 발효 숙성시켜 알코올 도수 15% 정도의 술이 만들어지는데 이 술을 여과해서 대통에 담으면 ‘추성대잎술’이 되고 증류를 하면 추성주 증류주가 된다. 그런데 핵심은 증류를 한 뒤 다시 구기자와 오미자 갈근 등을 침출한 물을 넣어 저온 숙성하는 데 있다. 이렇게 생산되는 술이 연동사의 살쾡이가 마시고 사람이 됐다는 ‘제세팔선주’인 것이다.

현재 추성주를 생산하는 추성고을은 전통주에만 눈길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젊은 애주가들이 찾아야 전통주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현대적 스타일의 다양한 술을 생산하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멋지다’는 의미가 있는 ‘깔롱’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르깔롱’과 에너지음료와 섞어서 마실 수 있는 ‘티나’등의 술을 대도시의 클럽 등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추성주의 원주를 장기 숙성한 프리미엄 증류주도 ‘타미암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나무가 유명한 담양에서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술을 내고 있는 ‘추성고을’은 우리 술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나무 향은 물론 대나무 진액인 죽력을 술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길 채비에 나설 의미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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