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행세칙개정 없인 좌초위기
‘암입원비’ 먼저…TF도 무기한 연기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금 지급거부 수단으로 악용되는 보험사의 의료자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의료자문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의료분쟁 자율조정 매뉴얼’ 초안을 만들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감원은 생명·손해보험협회장이 제정할 수 있는 ‘보험금 지급업무 관련 모범규준’에 의료분쟁 매뉴얼을 반영하고 보험사들이 규준에 따르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2-34조의 2에서는 협회장이 표준모범규준을 제정할 수 있는 범위를 보험금 청구 단계로 엄격히 제한한다.

이는 △담당 부서, 연락처 및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보험금 심사 절차, 예상 심사기간 및 예상지급일 △일반보험계약자가 보험사고 조사 및 손해사정에 관해 설명 받아야 할 사항 등이다.

때문에 금감원은 의료분쟁 매뉴얼도 협회장이 직접 표준모범규정으로 정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후에도 매뉴얼 개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지난 3월 금감원과 보험사간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의료자문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마저 무기한 연기됐다.

의료분쟁 매뉴얼 마련은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계획이다. 적어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료자문 관행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보험사가 자문의로 위촉한 의사가 보험금 지급 청구에 대한 소견서를 써 주는 게 의료자문이다. 보험사는 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지연하는 사례가 많다. 직접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를 서류만 본 의사의 자문서로 뒤집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자문 건수는 2014년 5만4399건, 2015년 6만6373건, 2016년 8만3580건으로 매해 증가 추세다. 보험사가 자문을 의뢰한 건 가운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만 60%를 웃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4월부터 암 입원일당 관련 이슈가 생기면서 제도 개선TF도 스톱됐다”며 “의료자문 제도 개선이 국정감사 지적사항이었다는 점에서 금감원과 양 보험협회를 중심으로 TF가 다시 소집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분쟁 매뉴얼에는 보험사가 진단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의료자문을 할 경우 그 이유를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문 의사가 속한 병원 이름과 전공과목, 자문 횟수도 공개해야 한다. 자문이 잦은 보험사와 병원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나 자문의 POOL 축소, 자문비용 인상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만 산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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