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레그테크∙섭테크 관련 시범사업 추진
AI가 금융약관 심사하는 핀테크 새 시대 열 것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감독 업무에 '레그테크(RegTech)'와 '섭테크(SupTech)' 시스템을 본격 활용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열린 핀톡(FinTalk) 현장에서 “레그테크와 섭테크를 통해 컴퓨터가 금융법규를 해석해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AI가 금융약관을 심사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핀테크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규제준수 관련 업무를 자동화·효율화하는 기법이며, 금융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섭테크’는 빅데이터, AI 등 최신 IT기술을 활용해 금융감독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법이다.

지난 10일 열린 핀톡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핀테크 기업 및 금융회사 총 70개사, 120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감독 혁신과제 중 하나인 레그테크와 섭테크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됐다.

금감원은 아시아 최초로 금융회사의 IT시스템이 금융관련 법규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 는 MRR(Machine Readable Regulation) 도입을 위해 올해 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MRR은 금융 관련 법규를 기계(Machine)가 인식할 수 있는(Readable)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로 컴퓨터 시스템이 스스로 금융규제를 인식하고 규제 준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 업무보고서의 경우 사람이 활자화돼 있는 금융규제를 해석 및 판단하고 관련 데이터를 금융회사 장부에서 추출해 업무보고서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 및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했다.

하지만 MRR이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IT시스템이 ‘금융규제 이해→관련 데이터 추출→업무보고서 작성→금융감독당국 보고’라는 일련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가 금융규제 준수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규제준수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금융서비스가 제공돼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의 MRR 사업을 계기로 머신 리더블(Machine Readable) 기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해 관련 레그테크 분야가 활성화되고 규제준수가 자동화되면서 핀테크 관련 사업의 창업도 보다 용이해져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는 감독당국의 업무 프로세스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섭테크를 기반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금감원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감독 능력 배양을 위해 ▲AI 약관심사 시스템 ▲금융감독 챗봇 ▲전자금융사기방지 알고리즘 개발 분야에 섭테크를 집중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금감원 직원이 규정 위반, 소비자 권익 침해여부 등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심사했지만 섭테크가 본격 적용되면 인공지능이 1차적인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과 관련해 기존에는 금감원 직원이 직접 피해 최소화 및 예방 홍보 방안을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전자금융사기방지 알고리즘이 스타트업 등에게 무상 제공돼 핀테크 생태계를 통한 사기피해 예방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감독 업무의 큰 전환점이 될 섭테크의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효과성을 검증한 후 내년부터 실제 업무에 도입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기술을 이용한 선진 금융감독 기법인 섭테크가 활성화되면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감독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어 감독∙검사 업무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방대하고 난해한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자동으로 분석함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 또한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