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중심 TF, 결론 못 찾고 ‘갈팡질팡’
보험사-손해사정업계 비용문제 두고 대립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의 손해사정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해결책 마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 및 손해사정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및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사, 한국손해사정사회 등은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지난 1월부터 손해사정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에 따른 손해액과 보험금을 평가하는 업무다. 보험사는 손해사정이 끝난 뒤 지급심사를 거쳐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사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액 평가가 필수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손해사정법인만 선택해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려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실제로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생명보험사와 삼성·현대·DB·KB 등 대형 손보사 4곳은 손해사정 자회사를 설립, 90%가 넘는 일감을 밀어주고 있다.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위탁손해사정법인도 결국 보험사에게 일감을 받다보니 공정성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TF에서는 보험계약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왔지만 9개월째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의 동의 없이도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했다. 현행 감독규정에서는 보험사가 동의하는 않을 경우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없다. 때문에 보험사의 동의 부분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가 비용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위탁손사법인과 보험계약자가 선택하는 독립손해사정사의 보수료 차이 때문이다.
위탁손사법인의 보수료는 지급보험금의 0.6~5.3% 수준인데다 매년 일감을 주는 보험사와 계약으로 결정되다 보니 보수료는 지난 십수년간 동결 상태다. 반면 보험계약자가 선임하는 독립손사는 최소 2배 이상인 5~10%의 보수료를 받는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택할 수 없는데도 더 비싼 손해사정 비용을 내야하는 셈이다.
‘손해사정업체 선정 리스팅 제도’ 도입도 사실상 무산됐다. 규모, 매출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손해사정업체 리스트를 정하고 피보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인데 이번엔 손사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보험사의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는 위탁손사법인과 피보험자가 따로 선택하는 독립손해사정사 모두 리스팅에 들지 못할 경우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위탁손사법인에 포함된 손해사정인력만 약 1만5000명인데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상황에 진척이 없자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직접 독립손사와 위탁계약을 맺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위탁손사와 독립손사를 보험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보험사가 독립손사와 위탁계약을 맺을 경우 보수료 협상에 따라 비용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위탁손사법인이나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처럼 보험사에 직접 일감을 받다보면 다시 공정성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TF에 참여한 이해당사자간 주장이 확고하다보니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중심을 잡지 못한데다 관련 법안을 발의, 추진하던 국회위원도 정무위를 떠나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