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생명, 3천억 증자로 최대주주 등극
현대차 기반 퇴직연금자산 확보 목적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푸본현대생명(전 현대라이프생명)이 막대한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물량을 기반으로 한 자산불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원리금 보장, 확정급여형(DB) 중심 가입이라 자산운용수익률을 조금만 내도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자산은 6조5424억원으로 전년 동기인 4조5658억원보다 1조9766억원(43.3%) 급증했다. 이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16조7350억원) 바로 다음이다. 한화생명(5조4687억원), 교보생명(4조3678억원)보다도 많다.

대부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계약으로 불린 자산이다. 2017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현대모비스·현대커머셜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연금 거래 규모만 2조1304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도 현대차그룹에서만 1조8963억원의 퇴직연금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운용자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수료수익이 적은 ‘저마진’ 사업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에서 발생한 퇴직연금 수수료 수입을 약 140억~1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계약을 체결하며 발생한 수입은 80억원 정도다.

여기서 퇴직연금 사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건비, 전산설비 운영비용 등의 지출을 제하면 투입되는 자산에 비해 실제 퇴직연금사업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수익은 크지 않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퇴직연금 자산을 토대로 한 자산운용수익 확보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물량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다른 연금 운용자산의 몸집을 대폭 키워 해외자산에 투자, 이자율차익을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푸본현대생명은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사 퇴직연금 상품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1~8월 타사에 공급한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만 1조1993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이외에도 1조원이 넘는 자산을 추가로 모집한 셈이다.

현재 푸본현대생명이 판매하는 원리금 보장 퇴직연금 상품의 공시이율은 2.3%(최저보증이율 1.0%)를 줄곧 웃돌고 있다. 얼핏 공시이율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시장은 확정급여형(DB), 원리금 보장 상품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자산을 굴려 공시이율 이상의 이차익만 발생하면 나머지 수익은 고스란히 푸본현대생명이 가져가는 구조다.

이에 지난 14일 결정된 푸본생명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퇴직연금 영업을 위한 투자 목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돼 지급여력비율(RBC)이 상승하면 향후 퇴직연금 영업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올 상반기 148%까지 악화된 RBC는 유상증자가 완료된 이달 말부터 250% 이상으로 오른다.

RBC는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RBC가 낮을수록 연금 지급에 문제가 있는 보험사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지난해 중순 RBC가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돌아 방카슈랑스 영업이 제한됐던 흥국·KDB생명, MG손해보험과 비슷한 이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산규모가 6조원이라 가정할 때 공시이율 대비 1%포인트의 자산운용 수익만 내도 600억원의 이차익을 낼 수 있다. 원리금보장형 계약이 늘어날수록 RBC가 악화될 가능성까지 계산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RBC가 높아지면 더 공격적인 퇴직연금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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