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강승수 시험연구팀장

 

가까운 미래에는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조만간 가정과 직장의 모든 기기(화면, 온도조절기, 컴퓨터, 자동차)들은 자동적으로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에 따르면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의 수가 매년 22%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 한명 당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평균 5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몇 년 동안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예정이다. 기기들이 하는 일들도 매우 다양해진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주는 초연결 사회가 머지않아 실현되겠다.

이처럼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상품의 가격 결정은 어떻게 될까. 한번쯤 고민해보게 된다. 보험산업에서도 수많은 보험상품이 천차만별의 다양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재의 가격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쇼핑의 관점에서 가격을 생각한다. 가격은  우리의 소비를 제한하고,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을 결정한다.

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예산에 맞게 소비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만든다. 이는 시장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가 구현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전기, 가스, 물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의 가격 결정은 국민생활의 안전이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정부의 개입도 불가피하다. 이를 통해 대다수는 의식주에 반드시 필요한 재화를 안정된 요금으로 사용하는 순기능도 있다.

이런 면에서 자동차보험의 정비요금은 공공재와 민간 소비재의 중간적인 성격을 지닌다. 자동차보험이 지니는 공영보험의 성격 상 지금까지는 정부가 큰 틀에서 가격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험, 정비 양 업계가 시장의 원리에 입각해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보험 및 정비, 학계의 주도로 도출된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정비요금을 공표했다. 해당 공표기준이 시장에서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초연결 시대의 핵심은 투명성, 분산성, 신뢰성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유되기에 가격의 결정기준도 모든 이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성이 필연적이다.

정비요금은 ‘수리작업시간’과 ‘시간당 공임’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내차의 앞범퍼가 망가져서 이를 교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고 그 수리공장의 시간당 공임이 3만원이면 수리비는 6만원이 되는 식이다.

시간당 공임은 기본적으로 보험사와 정비공장 간의 개별 계약으로 이뤄지지만 기술적 성격이 강한 수리작업시간을 두고는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의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번 수리작업시간 개선도 철저히 기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양질의 수리서비스 제공과 국민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제작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제작사가 인정하는 수리기준이면 상식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협약은 표준수리시간에 대해 보험 전문기관과 자동차제작사와의 상생 협업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리작업시간을 둘러싼 분쟁이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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