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상Ⅰ·대물배상, 운전자 따라 보상 달라
금감원 국정감사서 도마 위…보험료 오를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운전자면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자동차보험 내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의 서로 다른 보험금 지급 기준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똑같은 의무보험이지만 차량 등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힐 경우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이달 12일 실시되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에서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를 살펴볼 예정이다.

책임보험이란 1억5000만원 한도의 대인배상Ⅰ과 2000만원 한도의 대물배상을 말한다. 자동차손해배상법(이하 자배법)에서는 모든 운전자가 책임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한다.

보험사들은 이 가운데 대인배상Ⅰ만 자배법상 책임보험으로 인정하고 있다. 자배법에서는 책임보험을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는 내용을 약정하는 보험(제2조 5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면 운전자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운전자의 연령이나 범위를 한정하는 운전자 특약에 가입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30세 이상, 기명피보험자 1인 한정 운전자 특약에 가입한 뒤 28세 남동생이 운전 중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대인배상Ⅰ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대물배상의 보험금 지급에는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운전자 한정 특약에 포함되지 않은 운전자가 타인의 차량 등 재물에 피해를 입혔을 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같은 의무보험인데 사람이 다치는 경우는 보상해주고 차량 피해는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무위는 보험사의 들쭉날쭉한 자동차보험 보상 기준에 대해 금감원의 해명을 요구할 전망이다.

특히 자배법이 교통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피해방조 책임을 물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자배법상 똑같은 의무가입 보험에 포함되는 만큼 대물배상도 운전자 한정 특약과 관계없이 2000만원 한도 내에서는 최소한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보험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자배법은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대인배상Ⅰ에 이어 대물배상까지 자배법에 포함된 건 대인사고 뿐만 아니라 대물사고도 피보험자의 범위와 관계없이 신속한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피보험자 이외의 운전자의 대물사고를 보상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배법에서도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대인사고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물배상이 자배법에 포함된 건 2003년이다. 당시 자배법 제5조2항(보험 등의 가입의무)에 ‘자동차보유자는 책임보험 가입 외에 다른 사람의 재물을 멸실 또는 훼손하는 경우 보험에 가입해야’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의무가입 대상일 뿐 책임보험이 아니라고 적시한 셈이다.

대물배상을 대인배상Ⅰ처럼 보상해줄 경우 생길 보험료 인상 요인도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의 걱정이다. 운전자 한정 특약에 해당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한 운전자는 사실상 ‘무보험차’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가 낸 대물사고까지 보상하기 위해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배법상 대인배상Ⅰ과 대물배상을 동일 시 할 수 없을뿐더러 인명피해가 아닌 물적 피해를 최소한의 피해자 구제로 보기도 어렵다”며 “교통사고를 낸 무보험차 운전자를 위해 선량한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