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연한 상향, 대법 전원합의체 회부
보험료 인상요인 될까 보험업계 ‘촉각’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하나 더 생겼다.

육체노동자의 취업가능기간이 5년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교통사고 시 피해자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이 커진다. 보험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15일 법조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다음달 29일 공개변론을 연다.

공개변론에서는 수영장에서 사망한 4세 아이를 둔 부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와 승용차 운전자가 버스와 추돌해 상해를 입고 버스공제사업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2건이 다뤄진다.

당초 공개변론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택시운전사 배씨와 삼성화재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지난달 26일 배씨의 상고 취하로 종결됐다.

배씨는 택시운전사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 봐야한다며 그때까지의 일실수입을 보험사가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60세로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배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회부된 사례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일반육체노동자에 대한 가동연한(취업가능연한)을 65세까지 상향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린 이래 이제껏 같은 기준을 유지해왔다.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결정한 배경에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 인정하는 판결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고령화 추세나 기초연금 수급 시기 등을 살펴볼 때 가동연한을 60세까지 인정한 기존 판례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간 하급심에서 이뤄진 공통된 판결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번 공개변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동연한은 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일실수입(사고 없이 일했을 경우 발생할 수입)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가동연한에 따라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자동차보험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때문에 그간 보험사들은 가동연한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상고심을 사실상 회피해왔다. 보험업에 정통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만 확정됐던 가동연한 상향 판결이 대법원 판례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보험사들은 상고심까지 가려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이 가동연한 상향으로 확정될 경우 자동차보험의 약관변경 필요성도 있어 보험사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보험 약관에서는 일실수입 판단을 위한 가동연한을 60세로 두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가동연한 상향이 이뤄질 경우 약관개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직결된다. 지난 3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교통사고 시 사망사고에 대한 위자료 지급액이 최고 4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자동차보험 약관의 사망위자료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자 보험료도 따라 올랐다. 대법원이 보험개발원에 이번 공개변론과 관련된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가동연한 변경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인상 수준을 살펴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표준 정비수가와 최저임금 인상, 상급병실 입원료 건강보험 적용 등 자동차보험금 지급부담은 크게 늘었지만 정부 눈치에 보험료를 동결했다. 가동연한 상향이 결정된다면 적정한 보험료 인상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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