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안전불감증 원인…“경각심 느낄 처벌 부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BMW 리콜사태 등으로 제조사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보험 상품도 출시됐지만 싸늘한 반응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전례 때문에 제조사들이 보험가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조사의 징벌적 배상책임액을 보상하는 보험이 지난 4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반년간 가입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징벌적 배상책임 보장 보험은 손해보험사의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보험)에서 특약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지난 4월 19일 제조물책임법 개정으로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가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 발생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손보업계는 법 개정으로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소송 빈도나 배상책임액 확대를 예상, PL보험의 매출 규모가 기존 대비 10~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징벌적 손해배상 담보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제조사들의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2016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도화선이 됐던 사건들이 줄을 이었지만 법 개정이후 제조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처벌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현행법에서는 제조사가 제품의 결함을 몰랐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성립하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가 없는 미국 등과 달리 실제 손해액의 3배를 배상액의 상한으로 둬 제조사에서 보험가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PL보험마저 낮은 보상한도로 가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의 2017년 발표한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현황’에 의하면 806개 외감대상기업 가운데 367개 기업(45.5%)이 보상한도 10억원 이하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10억원 이하 한도의 PL보험에 가입한 기업 중에는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업종의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 일례로 옥시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전 보상한도가 17억5000만원인 PL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소송비용으로 소진해 정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보험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제조사들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이후 경각심을 가질만한 처벌이 없었다보니 보험 가입에 시큰둥한 모습”이라며 “다만 최근 BMW 차량화재 사고 등으로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사에 대한 불이익이 커질수록 관련 보험 판매량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PL보험은 생산물의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그간 손해보험사들은 PL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보상하지 않아왔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