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순익 대비 과도한 마케팅 자제 요구

업계 “시장점유율과 직결돼 축소 어려워”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카드업계 마케팅 비용 축소를 두고 카드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마련할 것을 압박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점유율과 직결되는 마케팅을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사 8곳의 마케팅 비용은 3조2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수준이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2014년부터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조1142억원을 기록했던 마케팅 비용은 2015년 17.2%오른 4조8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6년 5조34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8% 올랐으며 2017년 6조724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살깎이식 외형 경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어 제고할 여지가 있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작업에서 마케팅비에 역점을 두겠다”며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은 카드상품에 탑재돼 있는 할인이나 혜택 등 부가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카드사 마케팅 비용의 75%가 넘는 금액이 부가서비스에 지불됐다.

이에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가서비스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부가서비스 축소를 허용해주지 않고 있다. 실제 2016년 이후 금감원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축소를 승인해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결국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캐시백, 무이자할부 등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일회성 마케팅 축소는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부가서비스는 의무유지기간인 3년이 지나면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축소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이를 승인해 준 경우는 없다”며 “결국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면 일회성 마케팅을 줄여야 하지만 시장 점유율과 직결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0%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카드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윤석헌 금감원장은 교수 시절 수수료 등 상품 가격의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현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며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 축소를 요구한 것은 당국의 지나친 압박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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