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부터 총량규제서 중금리대출 제외

변화된 중금리 요건 맞춰 상품도 재정비
저신용자 대출 장벽은 해결해야 할 문제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가계대출 총량규제, 고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 등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이자 중금리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맞물린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을 8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4분기부터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했다. 영업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저축은행으로서는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저축은행업계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전략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활로 막힌 저축은행…중금리가 돌파구

저축은행업계는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성장이 정체돼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7.9%에서 24%로 인하된 가운데 금융당국으로부터 향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차주의 약정금리도 소급 적용해 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차주 대다수가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신용대출 상품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7%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금리대출은 금융당국의 활성화 정책에 따라 이번달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됐다. 저축은행이 이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중금리대출인 셈이다.

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이 영업구역 내 대출비중 규정을 준수하는데도 유리하다. 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적용 시 실적이 우대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액을 전체 대출액의 일정비율(30~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중금리대출은 그 비중이 50% 가중된다. 예를 들어 영업구역 안에서 중금리대출 100억원을 취급했다면 영업구역 내 대출로 150억원이 인정된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중금리 시장은 저축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약 2년간 저축은행이 공급한 중금리대출은 총 2조7000억원으로 저축은행은 사잇돌대출 1조원, 민간 중금리대출 1조7000억원을 공급했다. 이는 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사가 공급한 중금리대출 총액(6조6000억원)의 40%를 차지한다. 저축은행이 자체 출시한 중금리대출 상품도 60개에 달해 금융업권 중 가장 많다.

예금금리 ‘올리고’ 대출상품 ‘재정비’

이번달부터 중금리대출이 총량규제에서 제외됨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쳤다. 먼저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상했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예수금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12개월 만기)는 지난 3월 기준 2.46%에서 10월 2.64%까지 올라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달부터 총량규제에서 중금리대출이 제외되면서 취급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늘어난 중금리 수요에 맞춰 대출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자금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변화된 중금리 요건에 맞게 낮아졌다. 금융위가 규정한 중금리대출 요건은 가중평균금리 연 16.5% 이하, 최고금리 연 20% 미만,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70% 이상 취급된 대출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중금리상품의 금리를 하향 조정하거나 신상품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 했다.

SBI저축은행은 기존 중금리대출인 ‘사이다’(연 5.9∼15.9%)와 ‘중금리바빌론’(연 5.9∼18.9%) 외에 다른 기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갈아타는 용도에 맞춘 ‘U스마일DC론’을 출시했다. U스마일DC론은 연 9.9~17.9%의 금리를 제공한다.

JT친애저축은행은 기존에 판매했던 원더풀WOW론 이외에 원더풀T론, 원더풀J론을 추가해 중금리대출 라인업을 늘렸다. 원더풀 WOW론의 경우 올 10월 기준 누적 대출 이용금액 3100억원을 돌파했다. 

JT저축은행도 대출 대상 직군 및 한도에 따라 중금리대출 상품을 파라솔 K, D, W로 세분화했다. 올 4분기 동안 파라솔 K는 최저 연 6.9%~최고 18.2%, 파라솔 D는 최저 연 13.5%~19.0%, 파라솔 W는 최저 연 13.5%~19.1%의 대출 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은 금리 연 5.9∼6.9%, 한도 200만원이던 ‘비상금대출’을 연 5.9∼12.9%, 한도 1000만원으로 확대한 ‘직장인 비상금대출’로 재정비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직장인 비상금대출, 연 7.9~19.9%의 중금리 텐대출 등 2가지 상품을 중금리대출로 운영한다.

OK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에게 1억원까지 대출 가능한 연 9∼17.9%의 중금리대출 ‘OK히어로’를 출시하고 기존에 출시한 중금리OK론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CSS 고도화해 리스크도 최소화

저축은행들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작업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CSS를 운영하면 정확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실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BI저축은행은 2016년 신설된 핀테크 TF(태스크포스팀)에 소속된 직원 24명이 CSS고도화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고객들의 소비패턴, 통신사 이용 정보, SNS 활용 빈도 등 비금융 관련 정보까지 모두 CSS에 활용한다.

OK저축은행은 2016년 9월 ‘사잇돌 2’ 대출전문센터를 신설해 중금리대출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머신러닝 기반의 CSS모형을 고도화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CSS모형 고도화를 통해 온라인에서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대출 가능 여부 및 금리, 한도를 산출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도 2014년 출범 이후부터 머신러닝을 이용한 CSS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웰컴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도 J트러스트그룹이 보유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자체 CSS을 통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그동안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해왔기 때문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전체 금융업권 중 가장 많다고 자부한다”며 “중금리 고객층을 분석하기 위한 관련 고객DB도 풍부하기 때문에 신용평가를 꼼꼼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신용자 대출 절벽은 넘어야 할 산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중금리대출이 중신용자(4~6등급)를 겨냥한 대출이기 때문에 정작 낮은 금리로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금리대출의 취지는 신용등급 평가 사각지대에 있는 중·저신용자(4~10등급)를 발굴해 금리 부담을 낮춰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중금리대출은 4~7등급의 중신용자를 겨냥한 상품이 대부분으로 8~10등급의 저신용자들은 낮은 금리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사잇돌대출을 제외한 자체 중금리 대출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을 받은 고객 중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차주는 전체의 11.8%에 불과하다.

또한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연 20% 이하의 상품만 중점 취급하면서 20% 이상의 금리로 대출상품을 이용했던 저신용자들의 대출 탈락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아진 만큼 대부업체에서도 탈락 가능성이 높아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서 20%가 넘는 신용대출을 비교적 적게 취급하면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저신용자의 대출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복지 차원에서의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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