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증권사 수익기여도에서 WM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며 WM은 증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가 WM으로 거둬들인 수수료수익이 5197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익(4264억) 대비 21%나 늘어났다.  저금리가 고착되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소비자가 증가, 증권사 WM수요도 자연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종합자산관리사를 자처하고 나선 증권사들은 복합점포 확대, 고객별 특화 금융상품 제공, 자산관리 전문 PB양성 등 다양한 WM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증권업계의 WM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은행과 복합점포 통해 시너지효과 제고

그룹 내 은행 계열사가 있는 증권사의 경우에는 은행과의 복합점포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WM이 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WM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과 각각 독자적으로 운영해 오던 WM사업을 ‘신한PWM’이라는 명칭 하에 통합·출범하며 은행·증권 통합 PB센터를 개점했다.

2012년 출범 이후 10월 현재까지 은행PB와 증권PB가 함께 근무하는 PWM센터 27개와 은행 점포 내 증권 직원이 파견 근무하는 형태의 PWM라운지 26개소를 운영하는 등 전국적으로 총 53개의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한 PWM센터에선 PWM전용 사모상품과 고객 투자 목적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저베리어 ELS,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리자드 ELS 등 정시성 있는 상품을 제공하며 호평을 얻었다. 

하나금융투자는 KEB하나은행과 함께 독자 WM그룹을 만드는 등 그룹 차원에서 WM에 힘을 싣고 있다. WM그룹 내 VIP고객 전용 창구인 Club1본부도 늘리고 있다.

올해 도곡본부, 서초본부를 신설했으며 서울 주요 거점에 6개 본부를 운영 중이다. 각 Club1 본부별로 독자 WM센터를 창설하고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은행의 서비스를 결합한 금융특화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수익 사모펀드, 부동산펀드 등 각 센터별 독자 상품과 자체펀드도 구성·판매 한다. 일반 투자자가 접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채권도 중개한다.

KB증권 역시 KB국민은행과 함께 WM복합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6년 도입한 WM복합점포는 당시 24개점에서 시작해 현재 60개까지 늘어났다. 올 연말까지 핵심 영업지역을 중심으로 65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KB국민은행의 미러링 조직인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본부도 신설했다. IPS본부에서 KB증권만의 WM하우스 뷰를 담아 출시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 ‘KB able Account’는 지난해 7월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도 NH금융그룹 내 은행, 증권, 보험사를 한데 모은 초대형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일반 지점 대비 3~4배 규모로 점포별 상주 인원만 약 70명에 달하는 대형 점포다.

지난해 4월 삼성동에 초대형 복합점포 1호점을 세운 이후 광화문, 여의도, 삼성동에 총 3개의 초대형 거점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 WM전략 ‘글로벌 분산투자’

증권업계는 하반기 WM 전략으로 글로벌 분산투자를 꼽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 지수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대우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고객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먼저 시장하락 시 고객의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우량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 하락 후 반등 시 우량자산의 가격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분석에서다. 헤지펀드, 인버스 ETF 등을 통한 헤지 전략과 Yield형 금융상품, 저낙인 ELS 상품, IB시너지를 활용한 대체투자 상품 중심 자산 구성도 계획 중이다. 대신증권도 해외대체투자 상품을 공급하고자 지난 9월 맨해튼 도심부에 있는 빌딩 2채에 투자해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량한 해외 대체투자 상품은 장기적이며 안정성도 갖추고 있어 고객의 장기 자산관리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해외주식 전문 PB를 영업점에 배치하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해외주식 상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중국인 1호 PB도 영입하는 등 해외주식 전문가들로 PB를 구성해 글로벌 자산관리에 주력 중이다. 삼성증권은 해외 대표 증권사들과 제휴를 맺으며 글로벌 자산관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휴를 통해 아시아, 북미에 이어 유럽까지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시의성 있는 해외투자를 주선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자산관리를 맡은 현장 PB증권에게는 ‘글로벌프론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자산관리 품질을 높인다. 글로벌프론티어는 삼성증권 PB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현지 투어 프로그램으로 전체 PB의 40% 이상이 미국, 중국, 대만, 베트남, 일본 등 현지에서 리서치 연구단 활동을 체험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센터장은 “글로벌 자산관리의 성패는 전세계에 산재한 다양한 유망투자처를 적시에 발굴해 분산 투자하는 것에 달려 있다”라며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 완성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시의적절한 투자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무·상속’ 등 VIP 대상 특화 서비스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 서비스에도 나선다. 고액자산가의 주요 관심사인 자산배분, 상속, 증여 전문가를 양성하고 VIP 전용 세미나도 개최한다.

KB증권은 지난 9월 ‘KB 기업인 세무자문센터’를 열었다. 앞으로 기업인 중심의 VIP고객을 대상으로 세무자문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담당 PB를 양성하기 위해 ‘금융주치의MBA’ 과정을 운영 중이다. 자산배분, 상속, 증여 등 전문분야별 보수과정을 통해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에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각 지역별 20명 내외의 VIP만을 초청한 소규모 특별 설명회를 실시한다. 연말에는 양도세, 기부컨설팅, 자산승계에 대해 집중 강의하고 연계 세무법인을 통한 심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공모주 청약 시에는 우대고객 혜택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도 VIP고객을 대상으로 절세, 부동산 등을 주제로 한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패밀리캠프, 여행행사, 프로암대회 등 VIP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금융투자협회 나석진 WM부문장은 “평균 수명의 증가로 국민들의 자산 관리 니즈가 높아졌다”라며 “최근 증권사들은 WM센터를 늘리는 등 과거 고객에게 단순히 주식거래 추천 종목을 권해주던 모습에서 벗어나 세무나 증여·상속 부동산 상담까지 통합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WM은 수수료 보다는 비용 기반의 수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증권사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증권사와 고객 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착한 금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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