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보험금청구 늘자 전화·GA 판매중단
보상한도마저 하향…가입자 역선택 현실화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잘 팔리던 치아보험이 오히려 독이 됐다. 메리츠화재가 일부 채널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보상한도를 낮추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다음달부터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한다. 지난 26일에는 텔레마케팅 및 홈쇼핑 채널에서도 판매를 접었다.

내달부터는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치료의 감액기간(가입 후 90일부터 2년) 내 보험금 지급률도 70%에서 50%로 낮출 계획이다. 임플란트를 200만원 한도로 가입했다면 이달까지는 감액기간 내 14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100만원만 준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의 이번 결정은 비대면 채널과 GA에서 유입되는 치아보험 계약자의 역선택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특히 자발적 가입이 이뤄지는 비대면 채널의 경우 면책기간(보험금을 주지 않는 기간)이 끝난 뒤 계약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급격히 늘자 판매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0세 남자가 ‘메리츠 올바른 치아보험’에 20년 만기로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는 7만원 내외다. 면책기간인 3개월 동안 약 20만원 정도만 납입하면 임플란트 치료 시 1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치아보험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약 100만원 이상의 초과이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메리츠화재의 치아보험 일부 판매중지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시적으로 보철치료의 감액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낮추거나 감액기간 내 보험금지급률을 50%에서 70%로 늘리는 등 타사보다 높은 상품경쟁력으로 치아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점에서다.

비슷한 시기 치아보험을 내놨던 삼성·현대·DB·KB 등 대형 보험사들도 메리츠화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전망한다. 이들 보험사 모두 보철치료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높이고 개수 제한을 없애는 등 가입자가 역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상품을 판매해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보험사간 치아보험 과당경쟁이 지속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메리츠화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치아보험처럼 역선택 우려가 높은 상품일수록 초기에 보험금 청구가 많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거둔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줘야하는 상황이라 치아보험의 장기간 운영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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