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로 받으면 설계사 수당 삭감
금감원 “상호간 위탁계약에 관여 어려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 결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설계사에 전가하고 있다. 모집 단계부터 카드결제를 걸러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고객을 모집한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수수료의 30%를 삭감해 지급하고 있다. 보험을 판매해 받는 계약유지 수수료가 100만원이라면 70만원만 주겠다는 의미다.

설계사의 판매 수수료는 판매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인 성과 및 모집 수수료와 계약관리 수수료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계약관리 수수료란 보험료 납입 24~36회차(2~3년)에 걸쳐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매월 나눠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통상 전체 판매 수수료 가운데 계약관리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계약의 유지상황에 따라 수수료를 나눠 지급하기 때문에 설계사 이직에 따른 고아·철새계약을 줄일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유인도 된다.

동양생명은 독립보험대리점(GA)에 상품 모집 한 건당 월납 초회보험료의 최대 1500%를 판매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품별로 600~1100%(종신·CI보험 및 보장성보험 기준)가 계약유지 수수료로 지급된다.

동양생명의 계약유지 수수료 삭감은 보험료 카드납을 우회적으로 피하기 위한 수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똑같은 시간을 들여 보험모집을 해도 수당은 크게 적어진다. 이 경우 카드납을 원하는 소비자를 꺼리거나 다른 납부방식을 권할 개연성이 높다.

카드납입이란 이유로 판매 수수료에 차등을 두는 행위는 손해보험사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공동인수로 내몰리는 운전자를 모집한 설계사에게 책임보험(대인배상)과 임의보험(대물배상·자기신체손해·자기자동차손해 등)에서 각각 1% 내외의 판매 수수료만 지급한다.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공동인수 계약자가 카드납입을 선택하면 임의보험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현대해상의 경우 현금 수납 시 1.0%, 카드 수납 시 0.5%로 달리 지급하고 있다.

공동인수란 다수의 사고 이력 등 사고위험이 높아 개별 보험사로부터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운전자에 대해 보험사들이 사고 위험을 나눠 인수하는 제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높은 가입자인데다 카드납을 선택하면 카드사에 결제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수수료 비용을 설계사에게 전가시키는 이유다.

금융감독당국에서는 보험사와 설계사, 보험사와 GA간 수수료 협상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수수료 지급은 보험사와 대리점간 위탁계약서를 통해 이뤄지는 사안으로 카드납 수수료에 대해서도 상호간 협의가 가능하다”며 “불공정거래 등의 이슈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 설계사의 직접적인 민원이 많지 않다.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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