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신한, 조직정비 및 비전 선포 이어져

신기술 발전, 고객채널 변화 “인력 감축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KB, 하나, 신한 등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과거와는 다른 접근방식의 비즈니스 해법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인공지능, 로봇 등 디지털 신기술이 은행 내부로 깊숙이 침투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결국 대규모 인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은행의 전략 화두 ‘디지털’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큰 규모의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잇달아 개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을 열고 디지털 혁신 조직 전환을 선언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디지털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또 영업현장과 본부 직원이 모든 업무 과정을 디지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들이 디지털 혁신 참여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지수를 개발해 운영한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타, 에코 시스템 등 신기술 역량도 확보하고, IT기술혁신센터를 신설해 디지털 혁신 과제도 발굴할 계획이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 핀테크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변화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도 지난달 30일 디지털 전환 원년을 선포하고, 비전 및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생활금융플랫폼 역할 강화, 글로벌 영업망에서 디지털 강화, 디지털 채널 비중 40%까지 확대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도 수립했다.

또 애자일(Agile) 조직 중심의 디지털 문화를 확산하고, 각 부문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특임조직을 신설해 영업, 채널, 상품, 시스템 등 은행의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 혁신을 접목하기로 했다. 데이터 정보회사라는 디지털 비전 실행을 위해서는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하고, 프로세스 추진력 강화를 위해서는 업무프로세스혁신부를 본부로 격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은행권 중 가장 앞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선포하고 전략을 실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상용화, 해외시장에 디지털 브랜치 적용, 빅데이터 기반 상담서비스 시행과 같은 다양한 세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접목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경영 혁신 전략의 세계적 추세”라며 “기업경영, 고객채널, 사업모델 모든 분야에 적용돼 고객중심 서비스 구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이 인력 감축 불러올수도
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은행권의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나 로봇, 시스템이 대체하는 과정이 지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제기하는 설문이나 보고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올해 초 실시한 1금융권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원 10명 중 6명은 7~12년 안에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은행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내부 직무가 사라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59.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로봇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절반 이상인 54.1%를 차지했다. 

씨티은행도 올해 상반기 은행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5년이 되면 AI도입에 따른 디지털화 여파로 은행의 풀타임인력이 40~50%(정점 대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한 관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필두로 한 은행권의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결국에는 은행원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며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은행원 일자리는 항상 줄어왔다. 누구도 디지털 전략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허황된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일자리는 꾸준히 줄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19개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11만9127명으로 2016년 말보다 2.1% 감소했다. 2013년(12만5861명), 2009년(12만7318명)과 비교했을 때는 1만명 가까이 일자리가 줄었다. 

10년을 넘게 지속돼온 은행권 일자리 축소는 전자화 및 자동화,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발달로 인한 점포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줄이고 기계와 컴퓨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게 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은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라며 “기술 발전으로 은행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력육성·재배치에 우선 노력해야

은행 관계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실행으로 인한 급격한 일자리 축소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절감 등 경영논리에 의해 일자리를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인력 활용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진보된 기술이 현상을 분석하면,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에 나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금융의 기본이 사람, 즉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연계형 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점포 방문보다 온라인 이용이 더 많은 고객들, 인력 활용이 적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외국계은행의 점포 축소 정책 안정화 등 국내은행 경영진들이 인력을 줄이는 방안에 매력을 느낄 환경이 계속해서 조성되고 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노사갈등 촉발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발맞춰 기존 인력의 재교육 과정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심 대규모 조직 재정비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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