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 바람이 불고 있다. 실물 플라스틱 카드가 없더라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간편결제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2016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간편결제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와 같은 IT·유통업체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은행,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카드사들은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간편결제 개발에 나섰다. 일부 카드사들은 협력체를 만들어 공동대응까지 준비하는 모습이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간편결제 시대를 맞이한 카드사의 생존전략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급성장한 간편결제, 카드사 참여는 ‘수동적’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하루 평균 1174억2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4% 이상 증가했다. 이용건수도 전년보다 29.2% 증가한 일평균 362만7000건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편결제서비스는 카드사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보편화된 간편결제서비스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플랫폼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는 플랫폼 사업자의 간편결제서비스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간 카드사용액을 늘려 카드사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결제 과정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늘어나 카드사의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 결제는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밴(VAN)사, PG사, 카드사 3곳이 나눠 갖는 구조다. 반면 고객이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는 경우 VAN사, PG사, 카드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도 수수료를 나눠 갖게 된다. 이는 고객이 같은 금액을 결제하더라도 간편결제 이용 시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점도 위기다. 아직까지 간편결제 서비스 관련 협상력은 카드사가 가지고 있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협상력이 커져 주도권 싸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신용카드를 간편결제 플랫폼에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카드 사용액을 늘려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카드사가 간편결제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도권 뺏길라…서비스 개발 ‘박차’

 

위기의식을 느낀 카드사들은 자체 간편결제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편결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 자체 앱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해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BC카드는 이번달부터 국제결제표준(EMV) 규격의 QR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간편결제 앱 ‘페이북(paybooc)’에서 생성한 QR코드를 가맹점에서 스캔하는 방식이다. 비자, 마스터 등 글로벌 브랜드사와 상호호환이 가능해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결제 시 마다 1회성 결제정보 값을 이용해 보안성도 확보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QR코드를 스캔해 모바일 기기에서 주문·결제한 물품을 매장에서 찾는 온·오프라인 연계 간편결제 ‘스마트 오더’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오더는 PG사를 거치지 않아 가맹점주는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고객도 주문과 물품 수령을 위해 장기간 매장에서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카드는 QR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통합 앱 ‘롯데카드 라이프’를 출시했으며 KB국민카드도 올해 안으로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고객이 스캔하는 방식의 QR결제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도 QR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신한판(FAN)을 업그레이드한 신한페이판(PayFAN)을 출시했다. 페이판에서는 QR코드결제와 바코드결제를 지원한다.

하나카드는 한국엔에프씨와 손잡고 ‘앱투앱(App To App)’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앱투앱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마주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폰투폰’ 방식 △가맹점주의 스마트폰과 고객의 카드를 마주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카드투폰’ 방식 △온라인쇼핑 시 결제 링크로 접속한 후 스마트폰에 카드를 접촉해 결제가 이뤄지는 ‘링크 결제방식’ △QR코드 결제 등 4가지의 간편결제를 지원한다.

현대카드는 사전 등록한 PC에서 옥션, 11번가, SSG 등 제휴 쇼핑몰을 이용할 때 해당 쇼핑몰 로그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샷’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도 모바일 앱 ‘우리페이’를 출시해 온라인 간편결제를 지원한다.

공동개발 위해 뭉치다

카드사들이 각기 다른 간편결제서비스 개발에 나서자 금융감독원은 업권 내 일원화된 QR코드 시스템 개발을 제안했다.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결제하는 MPM(Merchant Presented Mode)방식의 경우, 가맹점은 각 카드사마다 다른 QR코드를 여러개 비치해 놔야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BC·신한·롯데카드는 금감원 주도로 ‘통합형 QR코드 결제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통합형 QR코드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 3곳은 QR코드를 개발한 뒤 통합 앱을 출시해 모든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통합 QR코드 개발에 참여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서로 다른 QR코드를 개발해 가맹점에 보급하면 해당 가맹점은 2개 이상의 QR코드를 계산대에 비치해놓고 있어야 한다. 결제하는 고객도 어떤 QR코드를 이용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이 발생한다”며 “카드사 3곳은 함께 개발한 QR코드 하나만 가맹점에 비치하기로 했으며 다른 카드사들도 QR코드 공동 개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체인증을 활용한 간편결제 개발을 위해 뭉친 카드사도 있다. 신한·비씨·하나·롯데카드는 무매체 간편결제서비스인 ‘핑페이(FingPay)’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핑페이는 손가락 정맥패턴을 이용해 인증하는 기술로 정맥패턴은 사람마다 달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손가락을 가져다대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으로 손가락 정맥을 인식하는 단말기 크기가 작아 가맹점에 설치하기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비씨·하나·롯데카드는 우선 국내 편의점에 핑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결제 단말기를 보급한 뒤 다른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장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지고 간편결제가 주를 이루지는 않겠지만 결제 시장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니 다양한 간편결제 방식을 구비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6년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해 카드사마다 다른 NFC 규격을 하나로 통일한 경험이 있어 QR코드, 핑페이 공동 개발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 확보는 해결할 문제

관건은 출시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 지다. 카드사가 개발한 간편결제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에 QR코드·바코드 리더기, 생체인증 인식기 등 새로운 단말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맹점은 추가 단말기 구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간편결제서비스가 출시되도 활성화까지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카드업계는 통합 간편결제 보급에 실패한 경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보급 사업이다.

지난 8월 카드사 7곳(신한·롯데·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카드)은 NFC 결제 규격을 공동 개발하고 간편결제서비스 ‘저스터치’를 출시한 바 있다. 저스터치는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한 후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맹점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NFC 단말기 구입을 꺼려하면서 저스터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전체 가맹점의 1.3% 수준인 3만5500개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라스틱 카드를 제시하는 결제방식이 가장 빠르고 간편하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강해 편의성을 높인 간편결제서비스가 나온다고 해도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기존과는 다른 획기적인 간편결제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용률이 낮다보니 가맹점에서도 간편결제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편결제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출시된 간편결제를 다양하게 사용해보는 과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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